땅거미가 진다.
땅에 사는 거미와 점점 어두워지는 시간.
이치, 니, 산, 시
계산을 할 때마다 할머니는
부끄러워하며 조용히
이치, 니, 산, 시
순사에게 혼이 나 어쩔 수 없었다는
부끄러운 할머니의
조용한 숫자들
너희 고모할머니는 의사였다.
이산가족 찾기가 방영되는 날이면
쓸쓸한 눈을 하고 허공에 이야기하던 할머니
딱지를 빼앗던 사람
딱지를 빼앗기던 사람
나, 너, 자기, 우리
천연의 조각들
미야기, 길림, 요녕, 니이가따, 티유엔, 비엔나, 프랑크푸르트, 전주, 파주
나 들이 작은 책방에서 봄햇살을 받으며
한 목소리로, 혹은 자기의 목소리로 시를 읽는다.
해가 뜬다.
무덤 위에도 파아란 꽃잔디를 피워줄
시간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