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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ia Oct 07. 2024

힙한 암환자, 타투(?)를 하다!

임파선 염색이라는 새로운 세계

살다 살다 임파선에 타투를 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오늘 병원에서 한 시술의 이름은 유도 초음파 Tattooing Localization.

초음파로 임파선에 전이된 부분을 찾은 후 주삿바늘로 지워지지 않는 염색약을 넣었다.

수술을 위해서도 해야 하고, 항암으로 줄어들어도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를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경우에 따라 영구하게 남을 수도 있다고 했다.

초음파 기계로 꾹 꾹 누르며 주삿바늘을 밀어 넣는데, 통증도 통증이었지만 기분이 좀 이상했다.

근데 임파선을 항암으로 줄이거나 수술로 떼어낼 거라는데 어떻게 염색이 영구히 남을 수 있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암의 세계는 진정한 미지의 세계!


생각보다 일찍 마치고 기다리던 디카페인오트라테를 들고 진료비 결제를 하니.. 오늘은 2천 원!

초음파를 하고 시술을 했는데. 음료값이 더 비싼 날이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동안 벌써 또 임파선에 전이가 더 된 듯하다.

유방외과 교수님께 전이가 세 개 이상이라고 들어서 오늘 몇 개인지 여쭈어보니 초음파를 보며 타투(!)를 해주신 분이 "많아요!"라고 대답을 하셨다.

몇 개나 전이가 된 건지. 피부에도 좀 더 변형이 생겼다.

이쯤 되니 항암이 너무 기다려진다. 무서운데 기다려지는 아이러니한 상황.

내일이면 진단받은 지 거의 한 달 만에 정확한 병기와 아형, 항암 횟수와 시작날을 알 수 있게 된다.

드디어 드디어 본격적 치료가 코 앞이다. 많이 아프겠지만 그래야 나아지니 힘을 내봐야지.


이렇게 또 하루가 갔다. 살아있어서 누리는 것들이 놀랍다.

아직 있는 머리, 수술 전까지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오른팔, 울렁이지 않고 먹은 세끼 식사, 여전히 눈썹이 있어 땀을 옆으로 흘려보내준 오늘 하루.

너무나 아름다운 분홍 하늘이 있었던 놀라운 날.

얼마 남지 않은 온전한 자유를 만끽해 본다. 타투도 했으니 조금 더 힙하게!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모두 각자의 하루를 만끽하실 수 있기를.

평안한 밤을 누리고 아침에 눈을 뜨는 기적을 맞이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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