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 항암 이후
외롭다.
수많은 이들이 기도와 사랑을 보내주심에도 외로움이 있다.
암환자 당사자로서 느끼는 외로움.
그 누구도 이 통증을, 이 괴로움을, 이 울렁임을 무엇으로도 덜어갈 수 없고 그저 시간이 지나길 기다리며 온몸으로 견뎌야 하는 시간이.
다리를 떼어버리면 좀 나아질 것 같은 정신 나간 생각이 들 정도로 다리가 저리다.
저림을 넘어서 아프다.
생각해 보니 입맛이 없는 것도 혀가 저려서가 아닌가 싶다.
혀와 입술에서도, 손바닥과 손 끝에서도 전기가 흐르듯, 바늘이 찌르듯 저리다.
팔에도 부종과 열감이 시작됐다.
사실 이미 지난주부터 시작된 것 같은데, 온몸이 너무 아파 신경을 쓰지 못하다가 정신이 조금 든 오늘 갑자기 인지가 되었다.
항암제가 흘러나오면 피부가 괴사 된다고, 조심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 내 팔 속 혈관의 상태가 어떤지 모르겠다.
또다시 감염이 된 것만 아니기를.
손발톱에는 검고 울퉁불퉁한 줄이 생기고 살에서 들려 공간이 생기고 있다.
왼손은 손톱 절반이 봉숭아 물을 들인 것처럼 붉어졌다.
무얼 먹어도 쓰고 메스껍다.
먹어야 살기에 꾸역꾸역 먹으려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거울 속에 비친 나는 얼굴이 반쪽이 되어있고 다크서클은 이미 온 얼굴을 덮은 듯 보인다.
다행히 '왜 나에게 이런 일이'와 같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인생을 살다 보면 무슨 일이든 만날 수 있고, 섭리와 허용 안에서의 무한한 가능성이 있음을 믿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는 생각지 않기로 했다.
당장 하루를 사는 게 중요하고, 앞으로를 계획한다고 하여 그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물론 지금 맡은 책임들과 다음 달부터 당장 시작해야 하는 학교일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계획은 그려두었지만 그건 '하루'에 해당하는 일들이다.
사실 당장 큰 수술이 기다리고 있지만 거기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
시간은 흐를 것이고 수술대에는 올라야 한다.
얼마나 아플지, 수술 후 어떤 상태일지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 또한 닥치면 당하고, 견디고, 기다려야 하는 일이기에.
그래서 외롭다.
든든한 응원군들이 존재해도 결국 또 혼자 감당해야 할 것들이 기다리니까.
허락된 외로움, 괴로움, 슬픔, 아픔, 고난, 사망의 골짜기들을 또 잘 느끼며 걸어보자. 그래.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