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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하지 못한다는 것

첫 번째 편지

by Sonia

안녕? 반가워요. Sonia 선생님이에요.

오래 만나왔던 친구들도 있고, 제 이름이 생소한 친구들도 있을 거예요.

5년 정도 전부터 우리 학교에서 <세계시민교육>이라는 수업명으로 매주 한 번 여러분을 찾아갔었어요.

매달 한 번은 부모님들과 함께 <부모 교실>에서 만나고 있고요.

작년 8월에 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하느라 여러분을 만나지 못하고 있네요. 저 대신 Y선생님이 너무 열심히, 즐겁게 수업해주고 계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저는 선제적 항암 치료 6차례, 수술을 마치고 3주 전부터 표적 항암 치료를 시작했어요. 12일부터는 방사선 치료도 시작하게 돼요.

인생을 살면서 이렇게 빨리 암 환자가 될 거란 건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어요. 세상을 살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일, 대비하지 못한 일을 마주할 때가 있지요. 제게는 암이 그런 일 중 하나였네요.

우리 학교에 강의를 하러 오게 된 것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어요.

처음에 우리 학교를 알게 된 건 석사 과정생일 때 학교에서 B교장 선생님을 만나서였어요. 선생님과 친하게 지내며 선생님이 대안학교의 교장 선생님인 걸 알게 되고, 그 학교가 우리 집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졸업식에 초대받아 첼로로 축하 연주를 하게 됐어요. 그날 우리 학교와 사랑에 빠지게 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말이죠.

졸업식에서 만난 여러분의 선배들은 정말 멋지고 사랑스러웠어요. 지금의 여러분처럼요!

졸업생을 떠나보내며 눈물을 흘리던 교장 선생님의 모습도 뭉클하게 와닿았어요.

이런 멋진 학교에서 다시 불러주신다면 무슨 일이든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세계시민교육> 강사로 불러주셨답니다.


그때부터 일주일에 한 번 여러분을 만날 수 있어서 참 감사했어요. 매주 다음 시간이 너무 기다려졌고, 함께 나누는 이야기들이 행복했어요.

여러분들이 꽁꽁 싸맸던 마음을 열고 속마음을 이야기해 준 순간, 지혜를 나누어준 순간,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발표한 모든 순간이 제게 오히려 힘이 됐답니다.

우리학교와의 만남, 여러분과의 만남도, 암 진단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지만, 그랬기 때문에 더 놀랍고, 감사하고, 깨달을 것들이 많은 시간을 선물 받았다고 생각해요.

여러분들은 예상하지 못한 일을 만난 적이 있나요? 그 일은 여러분께 어떤 기억이 되고, 어떤 것을 남겼나요? 궁금해요.

여러분들이 많이 보고 싶어요. 잘 치료 받고, 꼭 찾아갈게요. 얼굴 다시 보기 전까지는 우리 이렇게 편지로 만나기로 해요.

그럼, 답장 기다릴게요!


여러분들이 그리운

Sonia 선생님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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