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온 두 번째 답장
빨리 나아서 저희 모두랑 같이 수업하게 해 주세요.
기다리던 두 번째 편지가 도착했던 날, 파일을 열어보면서 옛날 기억이 났어요.
미국에 있던 펜팔 친구와 손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매일 우체통을 기웃거리던 시절 말이에요.
하염없이 편지를 기다리다가 껌 한 통, 스티커 한 장 같이 들어있는 편지를 받으면 얼마나 날아갈 듯 행복했는지!
요즘 편지로 수업을 진행하게 되면서 제게 그런 기대감이 다시 찾아와서 행복해요.
두 번째 수업 날에는 <매일 하는 일>에 대해 서로 나누고 제게 답장을 보내주었어요.
날이 찌뿌둥해서 많은 친구들이 수업 시간에 졸기도 하고 그랬나 봐요.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한 줄이라도 남기려 애써준 친구들에게 고마워요.
참, 저희 학교는 학생이 8명 정도 되는 아주 작은 대안학교랍니다.
그럼 이번 편지도 함께 읽어보실래요? :)
YS
요즘 매일 하는 일은 전시회 알아보기, 패션잡지 보기(펼쳐놓고 안 볼 때도 많음)예요.
의식하지 않아도 하게 되는 행동이 많은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 보니 몇 개 있었던 것 같네요. 매일 16번이면 치료가 돼도 무의식적으로 병원으로 가게 될 거 같은... 느낌이네요. 오늘 스승의 날이래요. 기념일 챙기는 거 어렵고 안 좋아하는데 늘 신경 써 주시고 편지 써 주셔서 감사해요.
KY
안녕하세요. Sonia 선생님, 저는 인투비전 KY입니다. 지난주에도 편지에 숨겨진 질문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숨겨진 뜻이나 질문이 있어서 꽤나 재밌었습니다. 이번 질문인 매일 하는 일인 경우 저는 일단 저희 집 고양이인 치치랑 놀아주고 예뻐해 주는 것입니다. 저의 고양이인 치치는 무척 귀엽기 때문에 항상 볼 때마다 귀엽습니다. 그래서 볼 때마다 뽀뽀를 해줍니다.
두 번째는 자기 전에 정신줄 놓기입니다. 특히 일요일, 화요일, 목요일 등에 가장 자주 미쳐버립니다. 또한 스트레스 해소랑 운동 둘 다 되기 때문에도 있고, 일요일, 화요일, 목요일 등 다음날은 제가 싫어하는 수업이 있기 때문입니다. 평소에는 멀쩡하다가도 집에 오면 미쳐버리는 이유는 최근에 스트레스받은 일이 많고 또한 초등학생 때부터 보면 ‘월수’라는 유튜브 채널 김근육 시리즈에 주인공 김근육이 하는 행동에서 감명을 받아서 그렇습니다. 혹시 궁금하시다면 유튜브에 월수라고 검색해서 김근육 시리즈를 시청해 보세요. 시간이 지날수록 재밌습니다. 그러면 항암치료가 성공적으로 되시길 바라며 빨리 나아서 저희 모두랑 같이 수업하게 해 주세요.
매주 목요일 저는 이 시간이 좋습니다. 매일 새로운 주제와 질문 등 매번 새로운 주제와 주제로 저는 이 시간만큼은 빠지지 않습니다. Sonia 선생님 감사하고 응원합니다. 빨리 완치되어서 어서 저희랑 수업하게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JH
오늘은 제가 원래 이 시간을 매우 좋아하는데 졸아서 시간이 날아가 버려서 당황을 조금 했습니다. 건강하세요!!!!
CH
요즘 매일 알파와 오메가(어노인팅) 찬양을 들으며 감동된 가사를 곱씹어요. ‘우리가 얼마나 거대한 손길 속에 있는지 아는 것이 복음’이라는 가사가 있어요.
그리고 바깥에, 외진 곳에 피어있는 꽃들 찾아보기. 그리고 꽃향기 맡아보기. 생명력이 없을 것 같은 곳에서 피어나는 꽃이 참 감동이더라고요. 또 그 꽃향기를 맡으며 창조의 향기를 상상해 봐요.
밤늦게 석촌호수에서 28kg 케틀벨 들기, 스쿼트, 턱걸이, 그리고 철봉에서 복근운동을 해요. LE이 운동 가르치면서 저도 운동하네요.
Sonia샘의 편지 속에 담담하고, 단단한 마음이 느껴져서 참 좋았고 감사했고 뭉클했습니다.
얼른 아이들과 함께 수업할 날이 빨리 오길 기도할게요.
MJ
요즘 매일 닥터 G(챗GPT)와 식단 및 운동일정을 공유하고 자전거 10분을 타요.
그리고 디저트 먹방(정과, 약과, 까눌레... 등)을 봅니다.
아빠 로션도 매일 훔쳐 발라요. ^_^
Sonia 선생님, 편지 잘 받았습니다.
누가, 어떤 문장으로 선생님을 감동케 하고 눈시울을 붉게 했는지 무척 궁금합니다. 나중에 기회 되면 꼭 알려주세요.
이 ‘세계시민교육’ 시간이 선생님에게는 한때 익숙했다가 지금은 소중해진 시간인 것 같아요. 저에게 이 시간은 지금 너무 익숙한 일주일 중 한 순간이라...... 오늘은 Sonia 선생님 마음을 빌려 평소보다 조금 더 소중한 마음으로 정성껏 임했습니다. ‘매일 하는 일’에 대해 생각하고 나눠보니, 저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매일 먹는 사람이었고, 또 누군가에겐 여전히 귀여운 딸랑구였습니다. 아버지 로션을 대놓고 훔쳐 바르지만, 아무 말씀 안 하고 피식 웃기만 하는 아빠의 마음에는 제가 여전히 예뻐 보여서 그랬구나 싶네요. 오늘도 좋은 질문 감사합니다. 다음 부모 교실 때 만나 뵙겠습니다.
-LMJ 전임교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