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글쓰기with세바시#12
반갑습니다.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내셨나요? 저는 오늘 공간을 조금 이동하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공간, 새로운 환경, 조금은 넓은 공간 속에서 일을 하다 보니 같은 일을 하고 있음에도 조금 더 숨이 쉬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러다 보니 고민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조금 새로운 생각, 다른 관점에서의 접근을 해보게 되었어요.
정말 공간이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네요! 앞으로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저를 둘러싸고 있는 공간에 대해 고민하고 적용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고, 공간을 선택할 수 있을 때 조금 더 적극적으로 생각하며 선택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오늘은 소신, 양심, 청렴, 당당하고 떳떳한 삶에 대한 질문이 도착했어요.
항상 생각해볼 질문을 보내주시는 하샤 님 감사해요!
건강하고 풍족하게 사는 것만큼이나 양심을 지키며 바르게 사는 것은 중요합니다.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사회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지요. 하지만 요즘처럼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그럭저럭 살아내는 것도 힘든 판에 바르게 살기를 우선에 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
청렴은 부끄러운 것을 아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무심코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려 할 때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지 되물어 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가 더 양심적으로 행동한다고 해서 알아주는 사람은 없겠지만 적어도 스스로에게만큼은 떳떳한 사람일 수 있으니까요. 청렴하게 살고자 노력하는 것은 함께하는 사회를 지혜롭게 살아가는 꽤 괜찮은 방법입니다.
세바시 인생 질문 1부 나는 누구인가 | 33페이지
자신의 삶이 당당하다고 느껴질 때
저는 진실하게 생각하고 행동했을 때,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 준비한 후에 무언가를 할 때 부끄럽지 않다는 느낌을 받아요.
그런데 '당당하다'는 단어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내세울 만큼 모습이나 태도가 떳떳'할 수 있는 순간이 얼마나 될까 싶어요. 아무리 온전하고 싶어서 최선을 다해 행동한다고 해도 그것이 내세울 만큼인지는 자신이 없네요.
결국 그 선택과 행동은 '내 입장'에서의 최선이니 말이에요.
무심코 한 행동에 대해 부끄럽게 여기게 된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 대해서는 조금 더 당당하게(^^) 답할 수 있겠어요.
저의 N잡 중 하나는 세계시민교육, 글로벌인재프로그램 같이 다양한 나라와 문화에 대해, 함께 더불어 상생하는 삶에 대해 강의하는 거예요. 이쪽 일을 한지 벌써 10년이 넘어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쳐지지 않는 것들이 있어요.
이번 학기 수업 중 방학 때 촬영을 해서 진행하고 있는 강의가 있어요. 각 대륙을 소개하고 대륙의 나라들을 소개하는 시간에 글쎄 '아프리카라는 나라'라는 말을 무심코 내뱉은 거 있죠. 분명히 수업을 시작하면서 제 입으로
아프리카는 나라가 아니고 대륙입니다, 여러분.
꼭 기억하셔야 해요!
라고 하면서 수업을 시작했는데 말이에요. 녹화가 한참 진행된 후에 깨닫고는.. 얼마나 부끄럽던지..
물론 위의 질문은 이런 단순한 행동에 대한 질문이 아니고..'소신대로 살아가는 당당한 삶'과도 거리가 먼 이야기일 수 있지만, 그래도 언젠가 한 번 이 부분에 대해 고백(?)하고 싶었기 때문에 글로 남겨두어 봅니다.
아프리카 춤춰봐, 아프리카는 어떤 나라야? 아프리카 음식 먹어봤어? 등등 예전에 무심코 했던 이야기들이 '아프리카'라는 거대하고 놀라운 대륙에 대해 얼마나 모르고 한 질문들이었는지 생각해보면 너무나 부끄러워져요. 이제는 조금 더 알게 되어 실수를 덜 하게 되지만 여전히 이전의 버릇이 남아서 55개국으로 이루어진 대륙, 약 2,146개의 언어가 사용되는 곳을 '아프리카 나라'라고 말하고 있으니.. 이미 제게 입력된 생각과 용어들 중 얼마나 많은 부분에 오류가 있을지 생각하면 아찔해요.
아프리카를 나라로 설정할 때와 대륙으로 바로 알 때의 차이는 너무나 클 수밖에 없으니까요.
아프리카(Africa) 또는 아주(阿洲)는 아시아 다음으로 면적이 넓고 인구가 많은 대륙이다. 면적은 주변 섬을 합하여 30,200,000 km²으로, 지표 표면의 6%이며, 육지 면적의 20.4%를 차지한다. 61개 영토에 11억 명(2014년 기준)이 살고 있으며, 세계 인구의 14.8%에 해당한다.
https://ko.wikipedia.org/wiki/아프리카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깨끗이 인정함으로 마음이 편해진 경험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위의 실수를 했던 날, 녹화하던 것을 중단하고 다시 촬영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어요. 실수를 덮고 재녹화+편집을 했으면 조금 더 완벽한 강의로 남을 수 있었겠지만 나름대로 '전문가'여야 하는 저 또한 여전히 실수하고 있을 만큼 우리에게 생겨난 고정관념들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리고 싶었기도 했고, 저 또한 그 부끄러움을 가지고 앞으로 조금 더 조심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저는 완벽주의적 성향을 가지고 오래 살아왔어요. 그러다 보니 오랜 시간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참 쉽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변명을 하게 되고, 이유를 구구절절 늘어놓게 되었어요. 그렇게 살아가다 보니 의도치 않게 더 상황과 관계가 잘못될 때가 생겼어요.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며 나는 결코 완벽하지 않고 완벽할 수 없다는 것, 유한하다는 것, 부족하다는 것, 최선을 다하여 선을 행한다고 해도, 바른 길을 선택한다고 해도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최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그런 부분을 깨닫게 된 후에는 완벽하려는 노력보다는 '최선을 다하고 변명하지 말자. 인정하고 직면하자.'가 삶의 기준 중 하나가 되었어요.
그 이후 실수나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려고 해요. 변명하고, 이유를 댄 후에는 왠지 찝찝하고 마음이 불편했는데, 인정하고 직면하는 노력을 하기 시작한 후에는 마음이 편해요. 부족함을 인정하면 그 이후 배워갈 수 있으니까요.
남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대로 행동함으로 당당함을 느낀 경험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실수와 잘못의 인정, 직면은 타인에게 기준을 두지 않아야 가능한 듯해요. 저는 이렇게 하면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참 오래 살아왔었어요.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 눈치를 보고.. 내 소신이나 기준보다 '누군가의 시선'이 기준이 되어서 이리저리 흔들렸어요.
이전에 왜 눈치를 보며 살았을까 생각해보니 어쩌면 '되고 싶은 나' 혹은 '보여지고 싶은 나'의 완벽한 모습을 설정해두고 그렇지 않은 부분이 드러났을 때 변명으로 그 빈 공간을 채웠던 게 아닌가 싶어요. 그게 진실한 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에요. 그 부분을 알게 되었을 때 참 부끄럽더라고요. 내가 아닌 나를 나로 상정해두고 그 모습 사이의 간극을 변명으로 채우고 살고 있었으니까요.
나의 부족을 인정하고 나의 본모습을 직면을 연습하며 살기 시작한 후에는 이제 눈치를 보는 것이 멈춰졌기 때문에 '당당함'까지는 아니더라도 '평안함', '청량함'을 느끼며 살고 있어요.
이런 삶에서 무엇보다 조심해야 하는 것은 '내 기준'으로 타인을 판단하는 것이에요. 제 마음은 편안해졌지만 여기서 멈출 때 타인을 정죄하는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
스스로의 청렴함에 위로받으며 혼자만 당당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것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삶에서 지킬 저의 양심이 아닌가 해요.
타인에게 나를 맞추어 눈치 보며 사는 삶도 아니고, 내 기준에 타인을 맞추려 하는 삶도 아닌 균형진 삶.. 그것이 제게 새롭게 놓인 과제예요.
눈치 보지 않고 소신대로 당당히 살면서도
나와 다른 타인의 행동을 인정하며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남겨두는 삶.
win - win 할 수 있는 협의와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는 삶.
그렇게 살고 싶어요.
여러분은 어떤 소신을 가지고 살아가시나요?
우리들의 소신이 나를 지키고, 또 누군가를 살릴 수 있기를 소망해봅니다.
[주제와 관련된 세바시 강연 링크]
https://m.youtube.com/watch?v=BrGX9tEMbnw&feature=youtu.be
#소신 #당당한 삶 #실수 #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