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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ia May 01. 2021

외상 후 성장, 트라우마 그 후

한달글쓰기with세바시#13

안녕하세요! 오늘 하루 잘 지내셨어요?
오늘은 꾸준히 제 브런치에 방문해주시고 글을 읽어주시고 라이킷까지 해주시는 분들께 마음 깊이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서로의 존재를 전혀 알지 못하고 살아가다가  '글쓰기'를 통로로 만나 이렇게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지요!
많은 분들이 찾아오는 것도 좋겠지만.. 지금처럼 제가 이름을 기억할 수 있는 작가님들과 서로의 글을 읽고 응원할 수 있는 이 시간들이 행복합니다. (기억하고 있어요! 정말 감사해요!)

지난번 당당하고 소신 있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저의 부끄러운 삶과 '직면'에 대해 나누었는데 오늘 하샤 님이 트라우마와 직면에 대한 질문을 보내주셨네요.
그럼 오늘 조금 더 풀어내 볼게요.


과거의 일은 현재와 미래에 커다란 영향을 줍니다. 특히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 같이 가까운 관계 안에서 생긴 상처는 새롭게 찾아오는 모든 일에 왜곡된 시각을 주기 쉽지요. 부정적인 경험이 많을수록 미리 걱정하고, 두려워하고, 염려하는 습관, 그것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음의 병으로까지 발전하게 됩니다. 그것을 흔히들 '트라우마'라고 합니다.


트라우마는 마음에 일어난 감정,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없게 합니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가만히, 천천히, 우리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여 마음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는 연습이 필요하지요. '아, 내가 그때 그 상처 때문에 지금 불안해하고 있구나. ' 그 상처로 인한 두려움이 내 마음의 상태를 제대로 볼 수 없게 하는구나.'라고 스스로의 마음을 깊이 돌아보고 헤아리는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연습을 여러 번 하다 보면 부정적으로 흘러가는 생각을 보다 쉽게 멈출 수 있습니다. 스스로 마음을 먼저 돌보고 헤아릴 때 외롭게 방치되었던 마음이 위로를 얻고, 비로소 세상을 왜곡 없이 바라볼 힘을 갖게 될 테니까요.

세바시 인생 질문 1부 나는 누구인가 | 123페이지  



당신에게 트라우마로 남은 경험

트라우마가 된 사건들이 여러 가지 있었지만 중학교 2학년 때의 경험은 오랜 시간 지워지지 않고 저를 괴롭혔어요. 어느 날 체육시간에 학급비 도난 사건이 일어났는데, 선생님이 들어오시더니 쪽지를 나눠주셨죠. 그러곤.. 누가 학급비를 훔쳐간 것 '같은지', 생각나는 사람을 써서 내라고 하셨어요. 친구들이 낸 쪽지에는 A라는 친구의 이름과 제 이름이 적혀있었대요. 체벌이 있던 시기라 저와 그 친구는 생물실로 끌려갔고, 담임 선생님은 그 친구부터 때리기 시작했어요. 나도 곧 저렇게 맞겠구나 싶은 두려움도 컸지만 반 친구들이 저를 의심하고 제 이름을 여럿이 써서 냈다는 게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다행히(?) 맞던 친구는 자기가 학급비를 가져갔다고 실토(?)를 했고, 저는 풀려날 수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그 아이가 가져간 것이 사실이었을까 싶은 생각도 드네요. 맞는 게 너무 무서워서 거짓으로 고백한 게 아닐까 싶을 만큼 너무 무서운 경험이었어요. 저는 억울한 누명에서는 벗어났지만.. 그 이후 대인관계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어요. 모두가 나를 오해할 것만 같았고, 의심하는 것 같았거든요.


이후에도 가까운 이들로 인해 경험한 일들이 쌓여서 트라우마로 남았고.. 오랜 시간 미리 걱정하고, 두려워하고, 염려하며 살았었어요. 그 경험들은 말 그대로 '모든 일에' 왜곡된 시각을 갖도록 했고, 마음에 깊은 병과 그 병으로 인한 증상들이 나타나게까지 했어요. 이런 인지 왜곡은 상당히 오래 지속되어서, 불과 얼마 전까지도 계속되었어요.


당신을 가장 괴롭게 하는 트라우마는 무엇인가요? 그 트라우마가 당신의 삶 속에서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요?

제게 남은 트라우마는 상당히 오랜 시간 크게 영향을 미쳤고, 저를 너무 괴롭게 했었어요.

여러 가지 부정적인 경험들로 인해 제 안에 자리 잡은 인지 왜곡은 어떤 상황을 만났을 때 자동적으로 '난 못났어.', ' 난 공부를 못해.',  '난 못생겼어.'. '난 뚱뚱해.'. '사람들은 날 좋아하지 않을 거야.' 등의 반응을 이끌어냈어요. 그러다 보니 '과연 할 수 있을까?'. '난 못해.'. '이번에도 잘 안 될 거야.'같은 생각들이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할 때 앞으로 나가는 것을 막았어요.

심지어 제가 성적 우수자가 되었을 때조차 저의 성적을 바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정도까지 영향을 미쳤어요. '내가 이런 성적을 받은 것은 분명히 다른 사람들이 실수를 했기 때문이야', '내게 이런 성적을 주다니 나를 평가한 사람들은 정말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줄 모르는 분들이네.' 등의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는  이야기를 들은 제 친구가 심각하게 이야기를 해줬어요. 그것은 인지 왜곡이라고. 인지치료가 필요하다고.


어떤 이유로 인해 트라우마로 남게 되었을까요?

경험한 사건들이 트라우마로 남게 된 이유는 아마도 그 사건들이 제 자신에 대한 평가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 아닌가 해요. 설령 내가 실수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해도, 내 잘못이었다 해도 단지 그 사건 하나에 국한하여 받아들였어야 했던 일이었는데, 나와 사건을 분리하지 못하고  나는 못난 인간이야, 쓸모없는 인간이야, 역시 나는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어 등등의 인지 왜곡으로 자리 잡게 된 게 아닐까 싶어요.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당신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이제 위의 사건들은 제게 더 이상 영향을 미치지 않아요. 인지의 왜곡임을 알게 된 후에 다양한 노력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저의 생각을 고치려 노력하다 보니 이제는 어느 정도 저의 마음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여전히 자꾸 부정적인 판단과 인지 왜곡이 작동하려고 하기는 하지만, 그런 저를 인식하게 된 후로는 '이 생각은 사실이 아니야. 또 왜곡된 사고방식으로 생각이 흐르려 하고 있어. 바로 잡아야 해.' 등의 생각으로 잘못된 생각을 자를 수 있게 되었어요.

그리고 연구 모임에서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 개념을 함께 공부하면서 외상은 마이너스가 아니라 오히려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고, 트라우마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나를 성장시키는 '동력'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외상 후 성장 개념에는 '깨진 꽃병 이론'이라는 것이 있어요. 꽃병이 깨지면 다시는 꽃병으로의 역할은 할 수 없지만,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이론이에요. 트라우마가 생기면 상처와 상흔은 남지만, 결국 새로운 모자이크 작품이 되어 '아름다운' 모습이 될 수 있다는 개념이죠.

외상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개념으로만 보면 치료의 개입은 마이너스된 삶을 0으로 돌려놓는 역할을 하는데, '외상 후 성장'의 개념에서의 치료 개입은 0이 아닌 플러스로 가게 하는 역할을 해요.

인지 치료, 상담, 글쓰기 등이 오히려 그 외상을 나의 장점으로, 선물로 보게 한다는 개념이지요.


저의 장애, 트라우마들 역시 이제는 제게 선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감사한 경험이 되었어요.

중학교 2학년 그 날을 떠올리면 아직 조금 두려운 감정이 올라오지만, 그때의 감정은 왕따를 당한 청소년들을 이해할 수 있는 거름이 되었고, 이유 없이 오해받는 이들을 공감할 수 있는 감사한 경험이 되었어요.

물론 없었으면 더 좋았을 사건이지만, 그 사건을 제 인생에서 없앨 수 없기에.. 그 상흔을 덮어버릴 수 없기에 '극복'이 아닌 '동행'으로.. 감사한 경험으로 안고 갑니다.

그리고, 제 안에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인지의 왜곡 역시 완전히 나쁜 것만은 아닌 듯해요.

늘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자만하지 않을 수 있는 과속방지턱의 역할을 하기도 하니까 말이에요.


아픔을 직면하고, 실수를 직면하는 것. 참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 직면이 나를 성장하게 하는 것은 분명한 듯해요.

앞으로 살아갈 날 동안 또 어떤 일들을 만나게 될지, 어떤 직면들을 해야 할지 모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경험들 역시 저를 죽이거나, 가라앉히거나, 망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

그리고 또 다른 외상이 생길지라도 그것이 깨진 꽃병이 되어 다른 작품으로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을 놓치지 않고 살아가려 해요.


여러분은 어떤 트라우마가 있으신가요?

트라우마가 있다는 것은 '성장'할 수 있다는 것.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 재료가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주세요..!

오늘 하루 열심히 살아오신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살아가는 걸음걸음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더 이상 상처가 아니시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해봅니다.


[책 추천]

http://www.yes24.com/Product/Goods/58515362?OzSrank=1

[주제와 관련된 세바시 강연 링크]

https://m.youtube.com/watch?v=2hf8e8SWK00&feature=youtu.be

마음의 시력 높이기

https://youtu.be/cy5HKkJ-Lzs

외상 후 성장

https://youtu.be/BuDBHyx4IDA

사고를 '만난' 이지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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