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글쓰기with세바시#14 + 공감해주는 노래에 기대어
주말 잘 보내셨나요? 주말에는 다양한 일들이 일어나죠. 쉬려고 계획했으나 틀어지기도 하고, 여행을 갔다가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만나기도 하고, 우연히 걷던 거리에서 보고 싶었던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어떤 주말을 보내셨나 궁금합니다. 누군가는 트라우마가 성장을 일으키는 경험을 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새로운 트라우마가 생기기도 하셨을 것 같아요. 우리의 깨진 꽃병들이 언젠가는 멋진 작품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오늘은 하샤 님이 집밥에 대한 질문을 보내주셨어요. 집밥! 너무 당연한 듯하면서도 요즘 가장 만나기 힘든 게 집밥이 아닌가 합니다. 오늘은 집밥의 추억으로 떠나볼게요!
캐나다의 맥길대학교에서는 '집밥'에 대한 재미있는 연구를 했습니다.
가족과 저녁을 먹는 것만으로도 청소년들이 정서적으로 더 안정되고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결과를 얻었지요.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는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습니다.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이 단순히 '먹는 것'의 의미만 갖고 있지는 않다는 뜻이겠지요. 물론, 혼자서 먹을 때도 편안하고 즐거울 수 있습니다. 누군가와 시간을 맞추기 위해 애를 쓸 필요도 없고, 더 자유롭게 메뉴를 선택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누군가와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먹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밥을 먹는다는 것은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마음까지 함께 채우는 행위니까요.
오랜만에 부모님 댁을 찾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버릇처럼 말합니다. 집밥 실컷 먹고 오라고, 재충전 듬뿍하고 오라고, 그만큼 우리에게 있어 집밥의 의미는 결코 사소하지 않습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따뜻한 밥을 나눠 먹은 기억은 오래도록 우리 마음에 식지 않는 기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기억에 남는 집밥의 경험
독일에서 유학을 하는 동안 가장 그리웠던 것은 '집밥'이었어요. 물론 독일에도 집이 있었고, 저희 집에 와서 먹는 밥을 '집밥'이라고 느끼는 동생들과 친구들도 있었지요. 저희 집을 '집'이라 느끼며 오갔던 동생들과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 가면서도, 제 마음 한 구석에는 '엄마가 해주는 집밥'에 대한 그리움이 늘 공존했어요.
한국에 살면서는 엄마랑 너무 자주 대립을 했고, 쉽지 않은 시간들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만들어주는 밥이 그토록 그리웠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독일에선 그 누구도 제 삼시 세 끼를 챙겨주지 않았기 때문에 스무 살 때부터 혼자 끼니를 해결해야 했어요. 아침에는 일어나 급히 시리얼을 먹거나, 달려 나가며 집 근처 빵집에서 빵을 사서 학교에 가는 기차에서 먹곤 했어요. 누가 해주는 밥때를 기다리며 꼼지락 거리는 시간이란 가질 수 없는 것이었죠. 특히 아침에는 말이에요.
방학 때 한국에 잠시 돌아온 첫날 아침, 다시 돌아갈 날이 며칠 남았는지 세어보면서 오랜만에 돌아온 내 방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이 참 좋았어요. 밖에서는 엄마가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소리가 들렸지요. 익숙한 한국의 냄새와 달그락거리는 소리.. 지금 나갈까, 하다가도 그 나른함과 냄새, 소리가 너무 좋아서 다시 이불을 뒤집어썼던 기억이 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집밥은 그 날 아침 엄마가 해 준 밥이에요.
당신에게 '식사시간'은 어떤 의미인가요?
그날 아침의 식사시간은 제게 '안정감' 혹은 '안도감'의 의미였던 것 같아요. 내 집에 왔다는 안도감, 엄마 품과 가까워졌다는 안정감. 이런 감정은 삶의 만족도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제가 저희 집에 찾아오는 2세 동생들에게 주고 싶었던 것도 그런 안도감과 안정감이었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오면 늘 먹을 수 있는 스파게티와 피자를 냉동실에 가득 넣어두고 언제든 오면 구워줄 수 있도록 준비해뒀지요.
한인마트에서 파는 배추김치는 너무 비싸서 사 먹지 못하니, 독일식 양배추 절임 Sauerkraut를 돼지고기, 참기름과 마늘, 고춧가루와 볶아서 다싯물을 넣고 끓인 내 맘대로 김치찌개를 끓여서 주기도 했어요. 아이들은 무엇을 주어도 맛있게 먹어주었어요. 어쩌면 제 음식이 맛있어서라기 보다 제가 전해주고 싶은 마음을 함께한 식사시간에 맛있게 먹어주었는지도 몰라요.
집밥이 가장 그리울 때는 언제인가요?
지금도 그 날 아침에 기다리던 엄마의 집밥이 그리워요. 그런데 더 그리운 것은 2세 아이들과 함께 먹던 초록집의 그 집밥이에요. 생각해보니 경계를 부유하며 그리움과 그리움 사이의 문틈에 끼어 사는 삶은 아마도 평생 지속되겠구나, 싶네요.
저에게 '집밥'이라는 단어는 '그리움'과 비슷한 느낌인가 봐요.
누군가와 함께 먹는 밥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갖나요?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가장 속상한 건 누군가와 함께 먹는 밥시간이 위험한 시간이 된 거예요. 제게도 누군가와 밥을 먹는다는 것은 배를 채우거나 영양을 위해 먹는 행위 이상의 것, 교감을 하고 마음을 나누고 안정감을 주고받는 의미의 행위인데..그것이 위험한 시간이 되었다니요.
어서 이 상황이 종료되고.. 그리웠던 이들과 마음 편히 밥을 먹고 싶네요.
그리고 집에 초대해서 집밥을 먹고 싶어요!
함께 맘 편히 집밥을 먹으며 마음을 채워서..
삶의 만족도를 팍팍 높일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기를.. 두 손 모아 바라봅니다.
[주제와 관련된 세바시 강연 링크]
https://m.youtube.com/watch?v=PMAb0JgdE0c&feature=youtu.be
[함께 듣기]
김범수- 집밥 (Feat. Geeks(긱스), Mrs.Lee(이희선 여사)
141120 김범수Kim Bum Soo - 집밥(Feat.긱스, 이희선여사) [8th HIM] @ 김범수 컴백쇼 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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