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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ia May 04. 2021

Aprilwetter, 독일 날씨의 추억

소소한 삶의 이야기 | 인애님의 질문

맛난 집밥 드신 하루 되셨나요?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내가 해 먹는 밥이 집밥일 수도 있지만, 자주 가는 단골 집 이모님의 백반이 집밥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오늘 아이들에게 집밥을 먹이려고 김치찌개를 끓여 두었어요. 저녁까지 일을 하는 날이라 제가 같이 먹지는 못하지만 엄마가 끓인 김치찌개를 먹으며 마음이 채워지기를 바라봅니다.

이번 주는 세바시 인생 질문을 잠시 쉬고,  글쓰기 모임 내 멤버들끼리 서로에게 질문을 하기로 했어요.  오늘은 인애님이 날씨에 관련된 좋은 질문들을 주셨어요.

그럼 오늘도 떠나볼게요. 여러분들도 인애님의 질문에 답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여러분 안녕하세요! 인애입니다. 하샤 님의 아이디어로 제가 오늘 글감을 쓰게 되었어요. 벌써 글쓰기 마지막 주인데 마지막까지 같이 힘내 보자고요!


저희 동네는 오늘 흐리고 비가 와요. 날씨가 사람에게 꽤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건 모두가 공감하는 일인 것 같아요. 비가 많이 오는 런던에 사는 사람들에게 우울증이 많이 발견된다는 연구 결과처럼 어떤 날씨와 기후에 사느냐에 따라 사람의 마음도 성격도 좌우되는 것 같아요. 한 공간에 다양한 조명이 여러 가지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처럼, 우리의 가장 일상적인 공간인 ‘하늘'이 어떤 색을 가지느냐에 따라 그날 각자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지는 듯해요.


 여러분은 다들 어떤 날씨를 좋아하시나요? 저는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데 오늘 같이 흐리고 비가 오는 날은 좀 더 차분해지기도 하고 가끔은 기분이 울적하기도 해요. 저는 원래 오늘 따릉이를 타고 운동도 할 겸 필요한 것도 사러 가려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비가 오고 있더라고요.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게 조금 아쉽지만 그런대로 집에서 할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비가 오는 걸 보다가 글감을 써야 한다고 들으니 여러분은 다들 날씨에 대해 어떤 생각이나 느낌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하더라고요!


1. 내가 좋아하는 날씨는?

2. 내가 싫어하는 날씨는?

3. 나는 날씨에 영향을 받는 편인가요?

4. 특별히 기억에 남는 날씨나 추억으로 남아있는 날씨(분위기)가 있다면?


그럼 파이팅!


1. 내가 좋아하는 날씨는?

저는 평소에는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이 떠 있는 날의 선선한 날씨를 좋아해요. 나가기 위해 문을 열었을 때, 혹은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었을 때 코 끝을 스치는 차가운 냄새가 좋아요.

하지만 어떤 특정한 감정의 상태에 있을 때에는 비가 오는 날씨를 좋아하기도 해요. 마음이 쓸쓸하거나, 울고 싶을 때는 비가 많이 쏟아지는 게 반갑기도 하더라고요. 차 안에 앉아서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한바탕 울고 나면 마음이 많이 나아지곤 하거든요.


그런데 날씨에 대해 쓰다 보니 정확한 단어 뜻이 궁금해지네요. 가끔씩 너무 당연하게 써오던 단어들이 갑자기 궁금해질 때가 있어요.

https://ko.dict.naver.com/#/entry/koko/2b1054713f8a4e15a3e2f3360e4d81ba

생각해보니 누군가에게 '오늘 날씨 참 좋아!'라고 말할 때는 비가 오거나 천둥이 치는 날을 말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어떤 날씨를 좋아해? 하고 물어보면 맑은 날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네요?

좋은 날씨와 좋아하는 날씨는 다른가 봐요.


2. 내가 싫어하는 날씨는?

제가 싫어하는 날씨는 습기가 많고 더운 날씨예요. 문을 열고 나서면 온 몸을 습기가 감싸는 날, 땀과 습기가 범벅이 되는 그런 날 말이에요. 끈끈한 그 느낌이 그리 좋지 않아요.


3. 나는 날씨에 영향을 받는 편인가요?

저는 날씨에 영향을 받는 편인 듯해요.  맑은 날에는 기분이 좋아지고, 비 오는 날에는 조금 가라앉고 그래요. 독일에 살 때는 혈압이 많이 낮았는데, 흐리고 가라앉은 날이면 몸도 처지고 힘이 많이 없었어요. 그런데 그런 날씨가 너무 자주 오다 보니 몸은 처지더라도 마음까지 처지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어요. 쉽지는 않았지만요.


4. 특별히 기억에 남는 날씨나 추억으로 남아있는 날씨(분위기)가 있다면?

특별히 기억에 남는 날씨는 독일의 4월 날씨예요. 

독일에 유학을 간 후 처음 맞이하는 4월 어느 날, 그 날은 캠프가 있는 날이었어요. 

미리 짐을 싸놓고 준비를 하러 욕실에 들어갔다 나왔죠. 들어가기 전에 창 밖을 보니 오랜만에 맑고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 제가 딱 좋아하는 그런 날씨였어요. 오예! 이번 캠프는 진짜 너무 좋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15분 사이에 천둥이 치고 비가 오는 거예요. 너무 황당했지만 짐을 들고 전차를 타야 하는데 어쩌나, 하는 걱정에 황당함을 잊었어요. 나가기 전에 뭔가 먹어야 할 것 같아서 아침 식사를 하고 나니 갑자기 다시 해가 나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정신이 어질 어질.. 지금이 현실인지 꿈인지 헷갈릴 정도였어요.

어쨌든 해가 나니 너무 다행이잖아요. 음악 캠프를 가는 길이어서 등에는 첼로를 메고 손에는 캐리어를 끌고 가야 했거든요. 맑아져서 다행이다, 생각하면서 전차를 타고 중앙 역을 향해 가는데, 갑자기 하늘이 흐려지더니 우박이 내리기 시작했어요...! 우박.... 한국에서는 보지도 못했던 우박이 전차 창문에 타닥타닥 떨어졌어요.

맑았다, 비 오고 천둥 쳤다, 맑았다, 우박이 내리는 충격적인 날씨!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독일어에는 Aprilwetter라는 단어가 있어요. April은 4월, Wetter는 날씨라는 뜻이예요. 두 단어를 합치면 '4월의 날씨'가 되는데, 그냥 4월의 날씨를 이야기한다기보다 '변덕스러운'이라는 뜻으로 쓰여요. 이런 표현까지 있다니, 독일 날씨가 얼마나 변덕스러운지 알 수 있지요?

제가 경험한 그 날의 날씨는 특별한 날씨가 아니라 독일 4월의 전형적인 날씨였기 때문에.. 독일인들에게는 당연한 날씨죠. 그런데 제게는 너무나 충격적이고 특별히 기억에 남는 날씨였답니다. 

이제는 변덕스럽고 정신없던 그 날씨마저 그립네요.. 독일에 살 때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날씨였는데 말이에요. 물론 그럴 일은 거의 없겠지만..혹시 다시 가서 살게 되고 4월의 날씨를 만나게 되면 지금과는 또 다른 감정으로 느껴지겠죠?

어쩌면 진짜 변덕스러운 건 독일의 4월 날씨보다는 제 자신인지도 모르겠네요.


여러분들은 날씨에 대해 어떤 추억, 기억이 있으신가요?
좋은 날씨, 좋아하는 날씨, 좋아하지 않았는데 좋아하게 된 날씨가 있으신가요?

#날씨 #좋은날씨 #Aprilwetter #날씨의추억 #독일 #유학 #유학생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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