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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ia Jun 28. 2021

선생과 학생 사이, 그 어디쯤의 삶

코로나 비대면 교육시대, 선생과 학생을 동시에 살다 | 온라인협업툴

드디어 종강이다.

지난주 마지막 과제를 제출하면서 길고 길었던, 앞으로도 길게 남아있는 박사과정의 첫 문을 온전히 열었다.

아직 모든 성적이 나오지 않았고 학점 인정 처리가 된 것이 아니기에 박사과정생에서 박사 수료생으로 넘어오는 길목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종강이 아니다.

학생으로는 과제 제출과 함께 종강을 했으나 선생으로는 종강까지 시간이 남아있다. 16주간의 강의를 마치고 과제도 다 받았기에 학생들은 종강을 했고, 나는 과제를 읽고, 성적을 정산하고, 학교 시스템에 입력을 해야 하는 시간이 남았다.


지난 2년간 선생과 학생을 동시에 살았다.

첫 수업의 떨리던 순간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내가 배우던 자리에 서서 궁금함을 가득 담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후배들이자 제자들을 만났던 시간. 그동안 배운 것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잘 전달하고, 기억하게 하고 싶은 마음에 과제도 너무 많이 내고, 시험 문제도 쉽지 않게 내어서 수강했던 학생들도, 평가해야 하는 나도 쉽지 않았던, 행복하지만 좌충우돌이었던 첫 학기.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박사과정을 시작한 지 1년, 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기 시작한 지 반년만에 코로나 상황이 발생했다. 학생으로도 선생으로도 쉽지 않았던 첫 비대면 학기에는 모두가 다 처음 가본 길을 가느라 너무 힘이 들었다. 학생이자 선생으로 존재하는 삶을 코로나 시절에 산다는 것은 참 스펙터클한 것이었다. 하지만, 뒤집어보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비대면으로 수업을 준비하다 보니 대면으로 수업했던 피피티들을 다 수정해야 했다. 조금만 일방적인 수업이 되거나, 소위 '마가 뜨는' 상황이 오면 학생들의 집중력은 한없이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학생'의 입장에서 경험하면서, 학생 중심으로 수업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수 있었다.

기업 강의를 통해 Zoom, Webex 등을 접해왔고 한참 전부터 Google hangout으로 외국에 있는 지인들과 스터디 모임을 해왔던 것이 다행이었다. 강사 양성 과정을 들으며 시간을 쪼개어 익힌 Padlet, Beecanvas, Slido, Google classroom 등의 협업 툴도 크게 도움이 되었다.

선생의 입장을 아는 상황에서 학생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도 감사했다. 교수님들이 얼마나 힘드실지, 얼마나 당황스러우면서도 학생들 앞에서는 담담한 척하시느라 애를 쓰시고 계실지, 쏟아지는 협업 툴을 익히시느라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고 계실지, 시간을 분배하고 피피티를 수정하느라 어려우실지 가만히 있어도 알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으니까.


선생과 학생, 그리고 기업 강사의 삶을 동시에 산다는 것은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쉽지 않았지만, 그 셋이 동시에 진행되지 않았더라면 경험하지 못했을 값진 시간을 보냈다.

인생을 살면서 가장 필요한 마음 중 하나는 역지사지가 아닌가 한다.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대접하는 것, 같은 상황이 되어 말하지 않아도 그저 곁에 앉아 있어도 존재 자체로 위로가 되는 것, 그 모든 것은 결국 나의 마음, 시간, 상황을 쓰는 것에서 시작되는 게 아닌가 한다.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비대면 수업의 학생으로 앉아 있는 것이 얼마나 지루하고 힘들고 집중되지 않는 것인지, 화면을 끄고 싶은 유혹이 얼마나 얼마나 많이 드는지, 모든 것을 이겨내고 화면을 켜고 얼굴을 정면으로 보이며 게다가 음소거 해제를 하여 내 의견을 말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용기를 가져야 하는 것인지, 학생의 위치에 있어 보지 않은 교수님들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으로 있는 것이 얼마나 당황스럽고, 조심스럽고, 시간 분배가 어려운지, 모두가 음소거를 하고 있을 때의 적막이 얼마나 견디기 힘든지, 내가 하고 있는 강의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피부로, 눈빛으로, 숨소리로 파악하지 못하는 환경에 갇혀 있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지, 선생의 입장에 서보지 않은 학생들은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두 가지를 다 경험할 수 밖에 없는 시간을 보내면서 학생들과 교수님들께 각자의 상황을 통역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조금이나마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역지사지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경계인으로 산다는 것은 때론 외롭고,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고, 혼란스럽다. 하지만, 그만큼 풍성하고, 감사하고, 충만하다.


문 틈에 끼어 사는 것 같은 나날이 이어진다. 정체성의 혼란은 지금도 여전하지만, '경계인'으로 살면서  혼란과 애매함을, 모호함을 견디는 법을 배우며 이쪽저쪽을 부유하는 풍성함을 누린다


앞으로 또 어떤 경계에 서게 될지
이제는 조금 기대가 된다.

블루베리와 와일드베리는 함께 있을 때 서로 더 예쁜 색을 낸다.

서로의 아름다움은 스스로 알아차리기 어려울 때도 있다. 같은 사람들끼리만 있을 때는 그 귀함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함께함의 놀라움은 멀리서 보아야 알 수 있다.

계속 다양한 상황과 문화들에 끼어, 이곳 저곳을 경험하면서 서로를 잇는 문화 통역사로서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야겠다.



[함께 누려요: 비대면 온라인 협업툴]

- Google Hangout 구글행아웃: 비대면미팅, 다자간통화, 화상회의

https://hangouts.google.com/

-Zoom

https://zoom.us/

-Webex

https://www.webex.com/ko/index.html

- Gooroomee 구루미

https://gooroomee.com/

- GooroomeeBiz 구루미 비즈

https://biz.gooroomee.com/

- Slido 슬라이도: 워드클라우드, 투표, 의견 모으기

https://www.sli.do/

- Padlet 패들렛: 포스트잇 붙이기, 학생 참여형플랫폼

https://padlet.com


 - Allo(구: Beecanvas): 온라인 화이트보드, 4분면그래프, 마인드맵

https://allo.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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