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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ia Jun 10. 2021

아픔을 지니고 살아간다는 것

경계에서 부유하다 | 오른손 부상 이후의 삶

2000년 8월에 다친 손이 사실 아직 불편하다.
오늘 오전에도 그릇을 깼다.
가끔 손에 갑자기 힘이 빠져 국이나 음료를 쏟는다.
비빔밥을 끝까지 비빌 수 없는 정도의 통증.
첼로 연주는 5분까지가 한계.
이후 넘어가면 손이 부어오른다.
독일에서만 5군데의 병원을 다녔고
한국에서도 치료를 받아봤지만
원인을 찾아내기도 어렵고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에

나아지지 못한 지 어언 20년..

아픔을 지니고 살아간다는 건 불편하다.
효율 면에서도, 경제 면에서도.
(자꾸만 깨는 그릇!!)
그러나 이해의 폭이 점점 넓어진다.
완전히 경험되지 않아도
어딘가 불편한 이들이 어느 정도일 거라
감히 내 손의 척도로
아주 조금은 알 수 있다.
그들이 말하고 표현하는 것보다 훨씬
더 참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도..

불편한 만큼 보이고,
불편한 만큼 들린다.
그러나..
이것도 절대적인 척도가 아니기에 속단할 수는 없다.
결국 내 이해의 폭도 내 경험치, 딱 내 증상만큼일 뿐
그 이상은 추측이니까.

그간 나는 얼마나 많은 상황을, 사람을
속단하며 살아왔을지..


허락된 만큼 감사히 보고 들으며 살고 싶다.
그래서 감히 손 잡고 가고 싶다.
그만큼의 아픔을 지닌 이들과..


<2020년 6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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