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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ia Aug 16. 2021

나이테 | 복다진

복다진EP잔상

나이테

작사/작곡 복다진


나는 나무에 기대

당신의 나이테를

하나둘씩 세어

보았어요

오늘은 날이 조금

차가운 것 같아요

여린 손 금방

데울 거예요

날 안아줘요

당신의 얼굴이 그냥

보고 싶을 뿐이에요

나는 당신의 굽은 등을 품지 못해서

머리에 자꾸 스치나요

날 안아줘요

당신의 얼굴이 그냥

보고 싶을 뿐이에요

헛된 꿈일지라도

가느다란 팔로 꼭

나를 껴안고 꿈속에서라도

포근하게 안기고 싶어


사랑하는 할머니를 보내드린 후 그리운 마음에

꿈에서라도 보고 싶은 마음.

꿈속에서라도 따뜻하게 안겨 그리움을 달래고 싶은 마음.

그러다 꿈에서 만나면 그 순간을 영원히 붙잡고 싶은 마음.


영원히 곁에 있을 것 같은 순간들도 

언젠가는 추억이 된다.

붙잡고 싶어도 스러져버리는, 

적어 놓아도 사라져 버리는 그런 기억들.


그런 순간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지금 이 순간을 붙잡고 싶어 진다.

이 순간도 스러질 것을 알기에.

이 순간도 추억으로 넘어가는 순간이 올 것을 알기에.


기억은 흐려지고 스러지지만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그 순간을 담아 놓는 능력이 있다.

코 끝을 스치는 향기,

겨울 아침 문을 열 때 피부에 느껴지는 촉감,

학교 앞 떡볶이 집 옆을 지나갈 때 갑자기 생생하게 살아나는 기억들.

아마도 그런 게 기억의 나이테 같은 것이 아닐까.


오늘도 나이테가 될 하루가 쌓였다.

내가 살아가는 삶에서 가장 젊었던 오늘.

10년 뒤에 돌아보면 참 찬란했다고 할 오늘.

붙잡아 둘 수는 없지만, 흐려지겠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글을 하나 써두면 떠올릴 인상과 감정의 나이테가

조금은 짙어지겠지. 


싱어송라이터 복다진의 곡들은 처음 들어도 왠지 고향에 온 것 같은 포근함을 준다.

잊힌 것들, 스러진 것 같은 것들을 기분 좋게 추억하게 해 준다.

아름다운 가사와 풍성한 사운드가 사랑스러운 목소리와 어우러져 행복의 시간을 선물한다.

매일매일 들어도 질리지 않는, 복다진의 노래가 좋다.



복다진 EP [잔상] https://instagram.com/dajinn


“붙잡고 싶은 그런 순간들이 있잖아 “


망막에 맺히고 머릿속에 저장되는 순간들을 훗날 또렷이 떠올리기 위해 기록을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장면들은 희미해져 간다. 하지만 기록 안에 담긴 인상과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흐릿해진 기억을 붙잡고 노래로 표현해낸 EP 앨범 [잔상]은 다정한 복다진의 피아노 선율과 꾸밈없는 노랫말을 엿볼 수 있다. 이번 앨범에도 자신의 강점을 소박하고 사랑스럽고 자신감 있게 드러낸다. 유약해 보이지만 단단하게, 무뎌진 감정을 섬세하게 전달하고 있는 이번 앨범은 흐릿한 순간을 대하는 복다진의 태도와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복다진의 음악을 처음 듣는 이들도 자신의 순간을 되뇔 수 있는 소중한 앨범이 되기를 바란다.


[기념일]은 근사하고 거창한 날이 아니라 평범하게 흘러가는 시간 속, 붙잡고 싶은 순간들을 모아 소소하게 나누는 따뜻한 이야기다. 훌륭한 성취나 대단한 것 없이도 우리의 모든 순간은 소중하다. 복다진은 이런 순간들을 함께 나누며 완벽해진다고 노래한다. 노랫말로 설명되는 풍경들은 나를 의자에 앉혀주고 귀여운 고깔모자를 씌워준다.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가 완벽한 오늘로 채워졌다.

[필름 카메라]는 처음 다뤄보는 필름 카메라로 어색한 서로를 찍는 모습이 담겨있다. [기념일]은 일상의 소소함을 모아 완벽한 하루로 채웠다면 [필름 카메라]는 능숙하지 않은 풋풋함을 표현했다. 뷰파인더로 보았던 어색함마저 그대로 인화되길 바라면서.

[나이테]는 머리에 자꾸만 스치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곡이다. 나이테는 나무의 세월이자 기록이다. 소중한 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나무가 커지며 하나씩 그려온 동심원과 같지 않을까? 어느새 연속된 선들을 바라보며 잊고 있었던 기억이 많다는 걸 깨닫는다. 그 사람이 떠오르는 물건들과 함께 간 장소, 하나하나가 짙은 선이다.

[어쩌면 나는 그림을 그려]에서 화자는 복잡한 마음들과 설명할 수 없는 흐릿한 감정을 안고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그리며 화가들의 마음을 생각해보기도 하고 정리할 수 없는 것들을 모두 펼쳐 놓는다. 다른 곡들에서는 서툴 거나 완벽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를 기록하려 하지만 [어쩌면]에서는 단순해지기 위해 뒤엉켜 있는 것들은 지워버리기로 한다. 굳이 나를 괴롭히는 것까지 품지 않는다.


정규앨범 [꿈의 소곡집]에서 복다진은 가는 곳을 아는 듯 모르는 듯, 흐릿해서 아름다운 한 편의 동화를 전해주었다. 이번 EP 앨범 [잔상]은 흐릿함을 대하는 자신만의 자세와 태도를 보여준다. 감정을 명료하게 전환하는 작업이 아니라 흐릿함을 좋은 것, 나쁜 것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잔상으로 남을 순간을 기념일로 남기고 사진으로 저장하고 그림으로 담았다. 그리고 이러한 순간들이 이어지고 쌓여서 커다란 나무의 나이테가 될 것이다.


글 ─ 싱어송라이터 전유동 https://instagram.com/jeonyoodong

*앨범 소개글 중에서 발췌



[함께 듣기]

https://youtu.be/vSCbSOPxDQY

https://youtu.be/szTI4pTxcC4


CREDIT


Produced by 복다진

All Song Composed by 복다진

All Song Written by 복다진 

All Song Arranged by 복다진


Mixed, Mastered by 김영식

Recorded by 천학주 at 머쉬룸레코딩│박상협 at 서울마포음악창작소│전유동 at 유동네

Directed by 전유동, 복다진


Vocal 복다진 (All Track)

Piano 복다진 (All Track)

Drum 박재준 (All Track)

Bass 조은길 (All Track)

Guitar 사공 (Sagong) (Track1, 2)

Chorus 복다진 (All Track)

Whistle 조은길 (Track4)

MIDI Programmed by 복다진 (Track3, 4)

Strings Philstring

1 Violin 윤종수 (Track1, 3)

2 Violin 민차미 (Track1, 3)

Viola 박용은 (Track1, 3)

Cello 안지은 (Track1, 3)


Design by 복다영 (Daya)

Artwork by 아일렛솔

Photographer 노혜민

Music Video 촬영·편집·감독 김유라 (Track3)

Music Video 기획·연출 전유동, 복다진, 김유라 (Track3)

Music Video 보조 권혜연 (Track3)


Thanks to 전유동, 이하은, 복다영


PUBLISHED BY BISCUIT S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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