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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한 Sep 22. 2023

자살시도

약 먹고 자살하려는 시도는 하지 맙시다.

본인의 불행을 자랑거리로 삼는 것은 좋은 것은 아니지만 바로 이틀 전 나는 자살시도를 했다.


정신과 약 100여 개를 한 번에 털어 넣은 것인데 일단 죽지 않고 살았으니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겠지.

또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위 세척 같은 과정 역시 겪지 않았다. 아마 수면제로 다 이루어지지 않은 약이라서 그런 것도 있겠고 - 항 불안제와 우울증 제로 이루어진 게 대부분이니 - 증세라고는 엄청나게 심한 졸음과 경련 어지러움과 무기력함이 계속되기만 할 뿐이다. 지금도 머리는 아주 멍하며 간간이 몸에 경련이 계속되고 있다.


내가 자살시도를 하게 된 것은 정말로 순간의 감정을 넘지 못해서였다. 아니.. 순간이라고 하긴 어렵다. 내 우울증은 2일 동안 아주 극단적인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으며 정신적으로 회복이 도저히 되지 않았다. 내일이 오는 게 두렵기 시작한 감정은 매우 오랜만이었다. 보통의 나는 잠을 자고 일어나면 멘털이 어느 정도 회복이 되는데 멘털이 전혀 회복되지 않았다.


그중 가장 실망스러운 것은 곰씨가 내 우울증이 극단적인 형태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단 점이었다. 같이 사는 사람이 내 우울증이 극단적인 형태로 가는 점을 모르다니. 이 얼마나 실망스럽단 말인가. 내가 약을 삼키고 있는 순간에도 곰씨는 카메라 구경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내가 눈물 바람으로 극단적인 감정을 달리고 있는 순간에도 곰씨는 그 감정의 정체를 모른다는 사실이 나를 매우 좌절스럽게 만들었다.


이 글의 주목적은 혹시나 약을 대량으로 먹고 자살하려는 사람이 없길 바란다. 일단 그 시도는 실패할 것이다. 그리고 엄청나게 비싼 병원비만 남길 것이다. 차라리 죽으면 덜 쪽팔릴 텐데 어설픈 실패로 인하여 주변사람에게 걱정을 끼치는 것은 덤이다.

 

하지만 자살을 시도해 본 사람으로서 그 한 번의 감정을 넘기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 안다. 그럴 때 어떤 위로가 필요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비싼 가방이 좋은 와인이 예쁜 것들이 날 위로하진 않는다… 정말로 날 위로하는 것은 날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정신과뿐이다. 고민 없이 정신과 상담을 잡자. 정신과 상담을 통해서 내가 지금 당장 약을 100개 정도 털어놓기 일부 직전이라 외치고 큰 병원으로 옮겨달라고 하던 아니면 자살하기 직전이라고 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기대하는 것을 버리고 과학과 의학에게 나를 맡기는 것이 그나마 자살 충동에서 살아남는 가장 좋은 방법 같다. 혼자 외국에서 며칠 쉬고 올까도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외국을 다녀와도 결국 한국의 일들이 걱정돼서 참을 수 없을 거라는 결론이 나왔다.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치는 - 아니면 어떻게든 죽어보겠다고 몸부림치는 제각기의 상황 속에서, 나 같은 사람들의 고통을 너무 잘 알기에 나는 마음이 너무 아프다. 그 지옥 같은 고통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마음을 알아주고 적극적으로 서포트해주는 한 사람만 있어도 그 지옥은 금방 벗어날 수 있을 텐데.

나에게는 그런 행운이 없었지만 - 다른 사람에게는 그런 행운이 있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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