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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한 Sep 27. 2023

알로하 셔츠와 짝퉁 명품가방

나에게는 명품을 짝퉁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다.




나에게는 교복과 같은 옷이 있는데 바로 동물의 숲의 너굴사장이 입고 있는 너굴 알로하 셔츠이다. 도쿄 닌텐도 스토어에서 5벌정도 사서 돌려입고 있는 레이온 재질의 이 저렴하고 귀여운 나뭇잎 셔츠는 한 여름에는 시원함과 편안함을 주고 여행가는 길에는 파자마와 같은 아늑함을 주어 여행을 갈때 특히 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다. 동네 편의점부터 5성급 호텔 레스토랑까지 언제나 나와 함께하는 이 셔츠는 비행기에서 글을 쓰는 지금도 입고 있고, 이번 여행에도 아침에는 조금 선선하고 낮에는 미친듯이 더운 도쿄의 날씨에서 겉옷으로 열일 해주었다.


문제는 이 옷과 함께 벌킨이 같이 할때이다. 긴자에서 매번 긴자당한게 억울해서 이번에는 꾸역꾸역 무거운 벌킨을 들고 일본까지 왔다. 보이는 것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긴자. 왜 긴자는 특히 보이는 것으로 사람을 판단하냐? 라고 일본인 친구에게 물었더니 교토의 기온과 도쿄의 긴자는 일명 높으신 분들이 노는 물이라 조금 그런 느낌이 있는게 아닐까 한단다. 같은 일본인이라도 나같은 시골 여자애는 상대해주지 않아! 라고 말하는 친구의 모습에서… 너는 시골 여자애가 아니야 라고 말하는 한국 사람은 어떻게 보였을까. 친구의 고향은 도쿄 바로 옆의 카나가와인데 그조차 긴자에서는 시골이 되다니. 정말 긴자스럽다.

 

4만원짜리 너굴 알로하 셔츠에 에르메스 벌킨. 그 언밸런스한 그림과 젊은 머리 노란 여자가 합쳐지면 바로 벌킨은 짝퉁이 되는것 같다. 아닌가.. 사람이 짝퉁같아 보여서 그런가. 그럴 수 있다. 어찌되었던 사람이 짝퉁이던 뭐던 벌킨은 나와 함께 있다는 이유로 짝퉁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다. 안타깝다. 미안한 일이지만 솔직히 가뜩이나 가방에 아이패드에 책에 잔뜩 들어가 무거운데 옷까지 차려입고 다니려면 죽을맛일것 같다.


벌킨이 어떻게 짝퉁 취급을 받는지 알 수 있느냐. 바로 나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서 알 수 있다. 평소에는 그렇지 않던 사람들이 몇번이고 정말로 네가 여기 있을 자격이 있는지 일단 확인한다.

일단 공항에서부터 그렇다. 비지니스 맞으신가요? 진짜 비지니스 맞으신가요? 정말 비지니스 맞으신가요?

긴자에 가면 가방만 긴자라고 거절이다. 자리가 뻔히 있어도 내 앞에서 3분간 토론이 이어지다 만석이니 돌아가라는 말이 몇번 오간다. 그럼 나는 언제나의 단골 가게 가서 긴자 사람들은 왜 그런거에요? 하면서 분노하며 혼자 위스키를 들이키는거다. 이번에는 긴자당한게 억울해서 일부러 한국에서 비싼 가방을 들고왔다고 하니까 바텐더와 친구가 크게 웃는다. 이쯤되면 무슨짓을 해도 무시당할건데 계속 거적대기만 입고 다녀야겠다. 결심한다.


사람을 겉보기로 판단하는 것은 정말로 한국보다 더 심하다고 언제나 느낀다. 명품 소비량은 한국이 높다고 매번 말한다만 실제로 한국 사람들은 아무도 안보는 자신의 SNS의 스스로 만족을 위해서 명품을 사는거라면 일본은 그냥 옷, 말투, 행동 모든것으로 사람을 재단하는 솜씨가 아주 일품이다. 이쯤되면 가방이나 구두 등 브랜드로 사람을 재단하는 나라가 나은건지 모든것으로 사람을 재단하는 나라가 나은건지 좀 헷갈린다.


벌킨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앞으로도 계속 동물의 숲 알로하 셔츠를 돌려입을 것이다. 가방 입장에서는 다른 주인에게 가면 애지중지 사랑받을텐데 내 손에 와 짝퉁으로 만들어서 미안하지만 그래도 좋은날 세상을 보는 것 보다 나와 함께 어디든지 모험을 떠나는게 즐거울거라고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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