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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한 Oct 14. 2023

사람과 동물 친구들

유명 견주와 항공사 직원의 대립을 바라보며

요새 한 견주의 인스타그램으로 난리가 많다. 견주와 항공사 승무원의 키보드 배틀인 이 일은 유명 견주가 한 항공사의 강아지의 대한 대응이 소홀했다고 자신의 30만 팔로워 계정에 글을 남기고 그에 항공사 직원이 원칙적으로 항공기 내에서 개를 꺼낼 수 없음에도 원칙을 어기는 견주라고 반박하면서 시작되었다. 나는 이 문제의 본질은 간단하다고 생각한다. 

'과연 반려동물과 사람의 영역은 어디가 경계일까?'


최근에 나에게도 그런 일이 있었다. 집에 객식구로 들어와 있는 푸름이.

요새 우리 집에 여러 가지로 좋지 않은 일이 많았다. 큰 일은 아니지만 소중한 인간관계를 덜어내기도 했고 건강이 무척 좋지 않아 우환을 겪기도 했다. 내 몸 하나 돌보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어쩌다 보니 푸름이를 내게 임보 보낸 분과 그 상황에 대해서 공유했다. 객식구를 보내놓은 것도 마음이 불편한데 그 집에 크게 불편한 일이 생겼다는 말에 얼마나 마음이 불편하셨을까? 푸름이를 임보 보내신 분이 얼마 전에 전화가 오셨다.


내용인즉슨 푸름이를 다른 집에 임보 보내보려고 찾아보았지만 마땅하게 좋은 집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억지 춘향으로 다른 집으로 임보를 보내보려고 노력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푸름이가 사람들이 좋아하는 품종묘도 아니다 보니 집 찾기가 어렵다. 차라리 임보 집을 원활하게 찾을 수 있는 품종묘인 댁의 고양이를 임보 찾아드리는 게 어떻겠냐. 일단은 사람이 살기 위해서 입을 하나라도 덜어야지 않겠느냐.라는 말씀이었다.


사실 푸름이를 다른 집으로 보내려는 생각을 크게 하지 않았고 - 하지만 내 상황이 언제 급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상황을 공유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더구나 우리 집 애들을 다른 집에 보낸다고 생각할 일은 더더욱 없었기 때문에 매우 당황스러웠다. 정말로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 집 애들을 다른 집에 보내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일단은 선생님께는 그럴 생각이 없으며 아마 곰씨가 매우 크게 반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역시나 남편에게 말했더니 남편은 크게 화냈다. 어떻게 말하던 객식구를 키우기 위해서 멀쩡한 가족을 다른 집 보내라는 것인데 그게 말이 되느냐. 구조하셨을 때는 어떠한 대책이 있어야지 그냥 남의 집에 앉혀놓기만 하면 되느냐. 매우 실망스럽다고 여러 번 말했다.

나는 그분 입장에선 일단 사람이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하신 말씀이니 크게 귀담지는 말아라.라고 말했지만 나보다 더 동물을 좋아하는 곰씨의 마음에는 꽤나 큰 상처가 된 모양이었다.


이 사건의 문제의 본질 역시 과연 동물을 어느 정도까지 사람과 비슷한 존재로 생각할 것이냐라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푸름이를 구조하신 분은 (의도치는 않으셨지만) 우리 집 아이들을 다른 집에 보내는 한이 있어도 푸름이의 운명을 소중하게 생각하여 구조하셨다. 일단 살기만 하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아마 유명 견주의 경우도 비슷한 경우였겠지. 일단은 규정이 어떻던 내 새끼를 살리고 보자라는 마음. 나는 그 마음에는 크게 공감한다. 다만 그 방식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과연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면서 까지 존중받아야 하는 권리인가? 정확히는 동물의 복지와 사람의 권리가 충돌하는 순간에는 과연 어디서 어디까지 허용하면 좋을까?


사람마다 그 영역은 무척이나 달라서 똑같은 잣대로 들이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고양이 4마리를 키우지만 유명 견주의 대처에 대해서는 크게 이해되지 않으니까. 


다만 어느 식이던 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자식 키우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내 동물이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준다면 언제든지 머리 숙이며 불편을 드려서 죄송하다고 말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반대로 요새 비뚤어진 모정처럼 내 새끼가 좀 하려고 하는데 왜 이해 못 해줘요! 할 수도 있겠지. 그것은 동물의 입양부모인 내 선택이다. 


물론 고양이는 집 밖으로 나갈 일이 많지 않아서 사람과의 마찰이 적다. 하지만 반대로 내가 원하는 손님이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어 우리 집으로 오지 못하는 경우 역시 무척이나 많다. 그럴 땐 참으로 아쉽기 그지없지만 고양이를 키우기로 선택한 이상 내가 짊어져야 할 몫인 거다.


동물 자식을 키운다는 것은 남들에게 더 많은 양해를 부탁하고 또 언제든지 자존심을 내려놓을 준비가 되어야 하는 것 같다. 그런 의미로 유명 견주의 대처는 무척이나 아쉽다. 그녀의 본문을 다 읽어보았는데 내가 제일 당혹스러운 부분은 '규정을 따라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승무원이 주변 승객에게 강아지의 상태에 대해서 설명하고 대신 양해를 구해주고 케이지에 넣게 유도해 줬으면 좋았을 것이다.'라는 문장이었다.



이는 승무원의 업무가 아니다. 동물 자식의 엄마인 나의 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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