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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그믐 Jan 04. 2021

퇴사 D-4, 입사동기가 퇴사했다

이제 나 혼자 남았다

나와 함께 입사한 동기는 나까지 총 3명이었다. 그런데 한 명이 이직에 성공해 지난주 회사를 떠났고, 오늘은 다른 한 명이 퇴사했다. 내가 퇴사 날짜를 확정한 지 몇 시간 되지 않아 결정된 일이었다.


오늘은 정말 결론을 내야 할 것 같아 상사의 개인 사무실로 들어가 1대 1 면담을 했다. 이런저런 이유를 말하며, 최대한 좋은 분위기에서 마지막을 결정하기 위해 노력했고, 나름 성공했다. 그 상사분 역시 내 평가가 나름 좋았다고 밝히며 다른 곳에 가서도 항상 배우고 공부하는 마음을 가지라는 덕담을 해주셨다. 그리고 내 퇴사일은 맡은 업무의 정리를 위해 이번 주 금요일이 되었다. 그런데 면담을 끝내고 돌아오니 남아있는 동기 언니 한 명도 퇴사를 막 결심한 상태였다.


"저 말하고 오려고요."


한 30분~40분 전에 내가 저 말을 하고 면담하러 갔다 온 거 같은데, 이제 동기가 같은 말을 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퇴사를 결정지은 채 돌아왔다. 놀랍게도 동기의 퇴사는 오늘이 되었다. 이제 나와 같은 직무로 입사한 동기는 사무실에 없다. 내 직무는 나 하나뿐이다.


다른 규모가 큰 기업이었다면 아마 퇴사일로부터 적어도 한 달 전에 퇴사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사직서를 미리 준비하고, 후임에게 인수인계까지 완벽하게 끝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회사의 마지막 배려와 우리의 스스럼없는 태도로, 동기들의 퇴사는(그리고 곧 있을 나의 퇴사는) 퇴사 의사를 밝힌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루어지게 되었다. 


티 없이 깔끔했다. 얼굴을 붉히지 않고 무사히 한 명 한 명씩 나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한 달 동안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면담에서 나는 상사에게 여러 말을 들었고, 여러 말을 했다. 그중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에 걸리는 말이 아마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굳이 들추지 않고 웃으며 사무실을 나섰다. 퇴사일까지 정해진 마당에 언성을 높이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정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다들 갑작스럽게 퇴사하게 되어 마지막 인사를 못하게 되었단 점이다. 물론 업무용 메신저 말고 카톡으로도 단체 채팅방을 만들 만큼 좋게 잘 지냈지만, 이제 뿔뿔이 흩어져버린다는 생각에 울적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대학교에 다닐 때도 그랬다. 학기 중에는 매일 보다가 방학이 되면 고향으로 뿔뿔이 흩어져 같이 놀려면 개강까지 두 달을 기다려야 했다. 이제 하나의 사회생활이 아닌 각자의 사회생활이 생긴 내 동료들을 다시 만나려면 어떤 타이밍을 기다려야 할까. 


어쨌거나 결론은 내일부터 나는 동기가 없다. 한 4일 정도 더 없다가 퇴사할 예정이다. 이게 막 슬프고 답답하고 그런 건 아닌데, 복잡 미묘하다. 내일은 처음부터 혼자였다면 몰랐을 사회생활의 쓸쓸함을 아주 조금은 느낄 것 같다. 내 퇴사일은 이번 주 금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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