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월요일이니까
퇴사를 앞둔 직장인이지만 여전히 일요일 오후는 반갑지 않다. 다른 이유는 없다. 내일이 월요일이기 때문에 싫을 뿐이다. '월요병'이라는 말은 내가 어린 학생일 때부터 들어온 말이었는데, 그 말이 10년 넘게 쓰이는 걸 보면 참 잘 만든 단어이다. 월요병이란 말만큼 직장인들의 출근하기 싫은 심정을 잘 표현하는 말도 없을 것 같다.
이 말도 이미 있는진 모르겠지만, 내게는 월요병만큼이나 일요병도 있다. 정확히는 '일요일 오후만 되면 기분이 안 좋아지는 병'이다. 월요일엔 또 어떤 일이 생길까, 혹시 저번 주 금요일에 마감한 업무 중 또 실수한 것이 있지 않을까, 상사의 기분이 안 좋은 날이진 않을까, 내일은 퇴근할 때 상사 표정이 어떨까 등등 잦은 생각을 한다. 오로지 회사와 관련된 생각들이다.
그래서 일요일은 토요일에 비해 온 몸이 약간씩 긴장하고 있다. 이건 어떤 회사에 다니느냐에 따라 다른 게 아니라, 내가 어떤 성향의 사람이냐에 달린 문제이다. 즉, 내가 사회생활을 지속한다면 '긴장감'은 나랑 떨어질 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 월요일에 출근을 한다거나, 면접이 있다거나, 기타 친구를 만나는 일 외의 일정이 있다면 일요일 밤에는 잠을 설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쩔 수 없는 컨디션 난조. 나는 주말의 마지막 날을 그렇게 부른다.
오늘도 다른 일요일과 다르지 않았다. 오랜만에 일 외의 약속이 있는 기분 좋은 날이었지만, 그래도 눈 뜨자마자 든 생각은 '아, 내일 출근하기 싫다'였다. 이미 회사에 대한 애정은 식은 지 오래고, 회사에 있어야 할 마음은 떠버린 지 오래다. 하루빨리 퇴사일이 정해지고 사직서를 쓸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좀 쉬다가 다른 곳을 찾아 떠나고 싶다.
내일에도 회사에서 먼저 말을 하지 않는다면 이번주내로 다시 퇴사 의사를 어필할 생각이다. 내가 담당한 업무 중에서 급한 불은 다 끈 것 같아 이제 정말 몸만 나가면 되는데, 회사에서 이 내 마지막 바람을 들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최근 일주일은 회사 생각을 무슨 애인 생각처럼 시도 때도 없이 하게 됐던 것 같다. 유감스럽게도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