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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그믐 Jan 03. 2021

입사 41일 차, 일요일 오후는 싫다

내일이 월요일이니까

퇴사를 앞둔 직장인이지만 여전히 일요일 오후는 반갑지 않다. 다른 이유는 없다. 내일이 월요일이기 때문에 싫을 뿐이다. '월요병'이라는 말은 내가 어린 학생일 때부터 들어온 말이었는데, 그 말이 10년 넘게 쓰이는 걸 보면 참 잘 만든 단어이다. 월요병이란 말만큼 직장인들의 출근하기 싫은 심정을 잘 표현하는 말도 없을 것 같다.


이 말도 이미 있는진 모르겠지만, 내게는 월요병만큼이나 일요병도 있다. 정확히는 '일요일 오후만 되면 기분이 안 좋아지는 병'이다. 월요일엔 또 어떤 일이 생길까, 혹시 저번 주 금요일에 마감한 업무 중 또 실수한 것이 있지 않을까, 상사의 기분이 안 좋은 날이진 않을까, 내일은 퇴근할 때 상사 표정이 어떨까 등등 잦은 생각을 한다. 오로지 회사와 관련된 생각들이다. 


그래서 일요일은 토요일에 비해 온 몸이 약간씩 긴장하고 있다. 이건 어떤 회사에 다니느냐에 따라 다른 게 아니라, 내가 어떤 성향의 사람이냐에 달린 문제이다. 즉, 내가 사회생활을 지속한다면 '긴장감'은 나랑 떨어질 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 월요일에 출근을 한다거나, 면접이 있다거나, 기타 친구를 만나는 일 외의 일정이 있다면 일요일 밤에는 잠을 설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쩔 수 없는 컨디션 난조. 나는 주말의 마지막 날을 그렇게 부른다.


오늘도 다른 일요일과 다르지 않았다. 오랜만에 일 외의 약속이 있는 기분 좋은 날이었지만, 그래도 눈 뜨자마자 든 생각은 '아, 내일 출근하기 싫다'였다. 이미 회사에 대한 애정은 식은 지 오래고, 회사에 있어야 할 마음은 떠버린 지 오래다. 하루빨리 퇴사일이 정해지고 사직서를 쓸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좀 쉬다가 다른 곳을 찾아 떠나고 싶다.


내일에도 회사에서 먼저 말을 하지 않는다면 이번주내로 다시 퇴사 의사를 어필할 생각이다. 내가 담당한 업무 중에서 급한 불은 다 끈 것 같아 이제 정말 몸만 나가면 되는데, 회사에서 이 내 마지막 바람을 들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최근 일주일은 회사 생각을 무슨 애인 생각처럼 시도 때도 없이 하게 됐던 것 같다. 유감스럽게도ㅠㅠ


오랜만에 일 외의 약속으로 먹게 된 국밥. 새우젓을 너무 많이 넣어서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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