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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그믐 Jan 06. 2021

한 달짜리 사회생활로 깨달은 점

나 자신을 알라

퇴사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는 퇴사라는 단어를 떠올려도 이게 엄청난 일이 아니란 걸 알고, 다른 곳으로 이직을 생각해도 그저 그런 마음이다. 일단 나오고 난 다음에 찬찬히 생각하자는 주의이다. 


오늘 인턴 한분이 내 일을 뒤이어하시게 된다는 걸 알았다. 상사는 나와 그분을 불러 내게 인수인계를 지시하셨다. 그때 잠깐 나의 퇴사가 실감 나기는 했다. 갑자기 모든 상사분들이 그리워질 것만 같은 아련함과, 얼마 보지도 못한(사실 이름도 모르는) 인턴분들도 보고 싶을 것 같다는 생각과, 같은 사무실 동료분들과 계속 연락하고 싶다는 바람이 물밀듯 마음에 들어왔다. 그렇게 상사와 나, 인턴은 대화를 잠시 더 나누고 (상사님) 방을 나왔다.


웃긴 건 내가 무슨 1년을 꽉 채운 사원인 것도 아니고, 딱 한 달 정도만 일한, 수습기간을 반도 못 채운 신입사원에 불과한데도 이런 감정을 느꼈다는 점이다. 분명 한 달 전 입사의 아주아주 초창기에는 상사의 제스처 하나에도 화가 폭발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렇게 내가 상사를 미워할 정도로 그분이 잘못한 게 아니었을 텐데 싶고(그냥 내 객기였나 싶고), 그 당시 썼던 브런치 글을 보면서 좀 섣부르게 썼다는 생각도 들었다.(뭔가 내가 다 잘못한 것 같다)  




한 달짜리 사회생활로 깨달은 건, 사회는 사회라는 것이다. 

정글이라던가 밀림이라던가 사회를 빗대는 여러 표현들보다, 나는 '사회=사회'라는 말이 가장 와 닿았다. 정말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서로가 서로를 납득하기 힘들면서도 나중이 되면 이해하는 포인트가 생기고. 그런 복잡 미묘한 곳을 '사회'라는 말 대신 표현하기 힘든 것 같다.


이밖에도 내가 회사에 다니면서 느낀 점 몇 가지가 더 있다.


1. 남 욕하기 전에 나 자신을 알라.

무슨 일이든 남 탓해봐야 답을 찾을 수 없다. 해결할 일은 빨리 나서서 해결하고, 누군가를 '탓'하기보다 '책임'을 지워준다는 생각으로 서로 협업하는 것이 좀 더 나은 것 같다. 그리고 아마 나도 내 귀까지 말로 전달되지 않았을 뿐이지 잘못한 업무가 내 기억보다 훨씬 많을 수도 있다. 


2. '그럴 수 있지' 마인드를 가져라.

이건 내 특기이기도 하다. 입사 초반 어떤 일이 일어나거나 어떤 말을 들었을 때 '그럴 수 있지'라는 말과 생각, 반응으로 대응하는 것이 회사생활에서 도움이 됐다. 어쨌거나 나도 사람이기에 실수를 하게 될 때가 있고, 이때 이전에 내가 '그럴 수 있지'라는 마인드를 주변에 많이 뿌리고 다녔다면, 좀 더 너그러운 조언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3. 잘 모르겠는 건 무조건 다시 한번 더 물어봐라.

이건 내가 크리스마스를 반납하고 업무를 뒷수습을 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점이다. 당시에는 대체 왜 중간에 거쳐간 손이 많았음에도 이 잘못된 점을 잡지 못했는지 남에 대한 원망만 가득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그 과정에서 해당 업무 책임자인 내가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았다는 대전제가 일의 바탕에 깔려있었다. 고로 그날의 추가 업무는, 그리고 그날의 앞뒤로 겪었던 비슷한 유형의 하루들은 결국 확실하게 업무를 이해하지 못한 점이 크게 작용했다. 제발, 꼼꼼하게 확인하는 습관을 가지자. 그믐아.




내가 입사 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퇴사한다, 이직할 거다 등등을 말했을 때 아빠는 이렇게 말했다.


"그게 사회생활이다. 짜증 내지 말고 참고해라."


그땐 몰랐는데, 아니 사실 지금도 어린 난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긴 한데, 그래도 어렴풋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아마 다른 회사에 가면 또 말짱 도루묵이 되어 상사 원망이나 하고, 동기들 험담하고, 스스로 자책하는 시간을 많이 가질 것이다. 그래도 이번 회사에서 깨닫는 데 걸린 시간보다 더 적은 시간만에 깨달았으면 좋겠다. 이게 사회라는 걸.


이상, 사회생활 만렙 사회인들 앞에서 주름을 잡아본 사회초년생 번데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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