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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그믐 Jan 08. 2021

오늘 퇴사했다.

입사 46일 만에

오늘 사직서를 제출하고 퇴사했다.

입사한 지 46일 만의 일이었다.


처음 회사에 입사하고 어플로 디데이를 세기 시작할 때 주변에서는 장난으로 회사와 연애하냐고 묻기도 했다. 그때의 난 뭐든 열심히 할 수 있을 것이란 포부가 넘쳤고, 그래서 내 하루하루를 소중히 생각하고자 디데이를 설정하게 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하루하루가 엄청 더디게 느껴질 것이란 생각은 하지 못한 채 말이다.


마지막은 아주 평화로웠다. 아침에 배송 누락된 일이 있어 직원분들이 고생하신 것 말고는 어제만큼의 컴플레인 전화나 다른 안 좋은 일이 없었다. 심지어 상사님의 배려로 직원들 모두 한 시간 일찍 퇴근할 수 있었다. 상사분들은 다들 아쉽다며, 바리스타 자격증을(퇴사 사유로 자격증 이야기를 많이 꺼냈다) 따고 나면 돌아오냐는 식으로 웃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네셨다. 나는 내 최대의 넉살을 활용해 그분들과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나중에 따고 커피 타 드리러 올게요~


그리고 끝으로 제발 무슨 일 터져서( 배송 일이라던가, 배송 일이라던가, 또 배송 일...) 안 좋은 상황으로 만나지 말자고 덕담 아닌 덕담을 하며 회사를 나섰다.


작은 회사를 들어가면 전반적인 회사 업무를 다 할 수 있다. 대신 그만큼 힘들고 적성에 안 맞는 일도 자주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나도 46일 동안 별로 길지도 않은 시간임에도 이런저런 에피소드가 생겼다. 서로 싸우는 모습도 봤고, 상사 험담도 했고, 서로를 평가하기 바쁜 나날을 보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상사 중 한 분은 내게 기프티콘을 보내며 '어디 가도 예쁨 받는 사람이 될 것이라 믿는다'라고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잦은 실수와 뒷수습에도 좋은 평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는 것에 나름 뿌듯함을 느끼는 중이다. (그러나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지금 전혀 없다)


사회생활이란 뭘까?

회사에서는 웃으면서 뒤에서는 다른 말을 하고, 나의 모든 언행이 상사들의 평가 요소가 되고, 어쩔 수 없이 돈 얘기를 하게 된다.  달만으로는 다 알 수 없는 세계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번 퇴사 후 좀 쉬다가 다시 사회생활에 도전할 예정이다.


오늘도 품 안에 사직서를 품고 일한 모든 직장인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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