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돌아가셨다.

내 생일 4일 후에

by 정그믐

엄마가 임종을 맞이한 건 언니와 내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대구 전역의 호스피스 병원을 알아보러 발품을 팔러 다니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날은 참 이상했다. 원래 병원에 갈 생각이 없었지만, 그날따라 엄마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즉흥적으로 교대하러 가는 언니를 따라나선 길이었다. 병원으로 가기 위해 준비하던 중 언니가 아빠의 문자를 받았다.


엄마 위독하심. 그믐이도 데리고 병원으로 오기 바람.


우리는 둘 다 알고 있었다. 어쩌면 기적적으로 고비를 넘길 수도 있겠단 희망 같은 건 존재하지도 않았다. 말은 하지 않아도 오늘 엄마가 돌아가실 거란 사실을 직감했다.


그 이후로 병원까지 가는 길은 사실 잘 기억나지 않는다. 가는 동안 서로 울지도 않았다. 언니가 나직이 “한동안 밥 못 먹을 거야. 이거 다 먹어.”라며 김밥 한 줄을 쥐여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단 것밖에.

그날은, 그러니까 엄마가 돌아가신 날은 내 생일이 4일 지난 뒤였다. 내가 왜 날짜를 이렇게 기억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다들 정신없는 와중에 생일이어서 축하해달란 말도 꺼내지 않았었다. 엄마는 내 생일이 며칠 전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을까. 이걸로 서운했다고 하는 건 떼쓰는 것밖에 되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병원에 도착하자 엄마는 이미 6인실에서 관찰실로 베드를 옮긴 뒤였다. 마음의 준비란 것을 다하기도 전에 관찰실로 들어섰고, 노랗게 뜬 엄마의 얼굴을 보았고, 그대로 울어버렸다. 저번에 봤을 때보다 더 얼굴은 더 노랗게 떴고, 그러면서도 피부는 갈색에 가까웠다. 그러니까 갈색 피부에 노란색 막을 씌운 느낌이었다. 그냥... 우리 엄마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제야 내게도 죽음이라는 공포가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엄마는 이제 말을 하지 못했다.


“으어어어...”

“어어 엄마는 큰딸을 제일 좋아하지. 저 여기 있어요.”


언니는 바로 달려가 엄마의 손을 잡았다. 나는 겨우 손을 잡고 무서움과 엄마가 사라진다는 두려움에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말한 뒤 뒤로 물러났다. 그때 느낀 건 사랑이라 부르기엔 낯선 감정이었다. 그리고 정말 이상하게도 더 할 말이 없었다. 그런데 언니는 계속 엄마에게 말을 걸고, 알아들을 수 없는 엄마의 신음을 해석하고, 다시 대답했다. 뒤이어 도착한 친척들도 언니와 똑같이 했다. 친척 중 한 분은 내가 답답했는지 빨리 하고 싶은 말 다 하라고, 얼마 안 남았다고 나를 재촉했다. 같은 소리를 세 번쯤 들으니 갑자기 울컥했다.

“그믐이도 빨리 얘기해라. 어? 빨리이...!”

“아 그냥... 저 좀 내버려 두세요... 아까 다 얘기했어요.”


엄마는 시간이 더 지나자 피를 토했고, 경력 많은 간호사는 임종 직전 안에 있던 것들이 다 배출되는 과정이라서 그저 닦아달라고만 했다. 아빠는 엄마가 검붉은 피를 토할 때마다 티슈 한 뭉텅이를 뽑아 닦아내기 바빴다. 경력이 적어 보이는 간호사는 우리가 울다가, 말다가 하는 모습을 보며 같이 눈물을 훔쳤다. 그 모습을 보는 내 심정은 또 이상해졌다. 우리 모습이 그렇게나 슬퍼 보이나? 막 안됐나?


관찰실에서 거의 7시간~8시간을 보냈다. 다른 건 드문드문 기억나도 엄마가 돌아가시는 찰나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엄마는 그렇게 반나절을 고통스러워하다가 한순간 혈압과 맥박이 몇십씩 툭툭 떨어지더니 코와 입에서 남은 피를 흘리며 돌아가셨다. 모두가 지쳐가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던 건지, 너무도 허무하고 너무도 한순간에 돌아가셨다. 내가 그 지침을 티 내고 있었던 것 같아 갑자기 죄책감이 몰려왔다. 엄마는 눈도 못 감은 채였다. 나는 아직 따뜻한 엄마의 이마에 손을 올리고 그대로 내려와 두 눈을 감겨주었다. 한 번 만에 되지 않아 연거푸 눈을 감겼다. 그러고도 계속 이마를 쓰다듬다가 친척의 말림에 그제야 손을 뗐다. 한눈에도 엄마의 몸이 굳어가고 있는 게 보였다. 정말 엄마가 떠났다.


나는 그날 몹시 나쁜 딸이었다. 엄마의 임종 전에 가족과 장례식장 논의를 했었다. 화장장 예약이 꽉 차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엄마는 듣고 있었겠지. 이미 죽은 사람으로 대우하는 거로 여겼을 것이다. 아마 우리를, 나를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워하며 떠났을지 모른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는 엄마가 날 사랑하지 않은 상태로 떠났다고 거의 확신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에는 엄마의 재발 이후 서로 잘 지낸 기간보다 헐뜯고 소리친 기간이 더 길었다. 마지막까지 엄마는 나를 찾지 않았고, 나는 엄마를 배려하지 않았다. 이 뒤얽힌 관계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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