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거래의 시작
프리랜서는 수입이 불안정하다. 흔히 알려진 것보다 더. 그래서 돈을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나마 덜 쓰는 방향을 찾는다. 내가 활동하는 분야의 특성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작품이 출판되거나 발매될 경우 바로 생활비 수준의 수입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누구 코에 붙이기도 애매한, 통장으로 들어온다면 출금 가능 금액도 되지 않는 그런 수입이다. 그래서 많은 프리랜서는 N잡을 가진다.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밤에는 글 쓰고 가사 쓰고. 그러다 몇몇은 프리랜서를 포기하고 전업 직장인이 된다. 이런 직업적 불안정함 때문에 새벽에 배달일을 했다는 어떤 가수의 인터뷰는, 그리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한마디로 저작권료만으로는 먹고살기 힘들다. 그래서 나 역시 가족에게 통보했던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에 남몰래 기간을 정해두고 있다. 대학생이었던 4년 내내 하고 싶은 일을 우선순위에 두고 해왔지만, 대학교를 코스모스 졸업한 김에 딱 당해까지만 하고 싶은 일을 더 마음껏 하겠다고 말이다. 그래야 내 일을 당분간 보류할지, N잡을 하며 붙잡고 있을지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지금, 그 심판의 날을 약 2달을 남겨두고 있다.
기간제 프리랜서를 선언하고 활동하는 동안, 수입은 부끄럽게도 용돈을 받거나 당일 아르바이트, 현금 장학금 등으로 때웠다. 태생이 한 번에 한 가지 일밖에 못하는 성향이라, 학점이 중요했던 내게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는 건 무리였다는 핑계를 글로나마 대본다. 아무튼, 따로 주 수입원이 없는 내 입장에서는 단돈 천 원도 소중하다. 그래서 절약을 위해 내가 활용하는 방법은 ‘SNS’였다.
SNS는 정확히 말하면 SNS 내 학교 관련 페이지들을 활용했다. 많은 자취생이 SNS 페이지에서 중고물품들을 거래한다. 같은 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생활반경이 비슷하고, 그래서 판매자나 구매자나 접근성이 좋아 애용한다. 내 친구 역시 SNS 페이지를 통해 책장과 매트리스를 구매했다. 나도 자취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을 이용했다. 고백하자면 나는 중고물품을 쓰는 걸 좋아하지 않는 걸 넘어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하다못해 친언니의 옷이나 준비물을 물려받는 것도 싫어했다. ‘새것’에 대한 집착이 있어서 남들은 힘들어한다는 새집증후군도 없고, 오히려 새집이나 새 물건에서 나는 화학적 냄새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첫 기숙사도, 첫 자취도 신축 건물로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입주한 첫 자취방은 주택청약 형태인지라 건물은 새 건물이었지만 풀옵션이 아니었다. 그래서 세탁기나 에어컨처럼 자취생들이 팔 것 같지 않은(팔아도 직접 가지고 올 수 없는 무게와 부피인) 물건들은 새 걸로 다 샀지만, 나머지는 중고로 마련해야 했다. 그렇게 페이지를 살펴보던 중 전자레인지를 19,000원에 판매한다는 희소식을 보고 당장 구매를 결정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의 첫 중고 구매는 성공적이었다. 일단 다들 학생 신분인지라 사기꾼은 잘 없다는 게 장점이었고, 무엇보다 판매자가 전자레인지를 거의 새것처럼 쓰셔서 새 물품을 사는 건가 싶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비록 같이 주기로 한 바지 옷걸이는 깜빡해서 받지 못했지만, 중고 거래의 첫인상을 좋게 남겨준 판매자께 감사드린다.
중고의 나라에 첫발을 내디딘 뒤로 이제는 중고 물품을 쓰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그러나 자취생에게 돈이 나가는 구멍은 여러 가지이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환경의 자취방이지만, 너무 좋아 기본 관리비가 많이 나왔다. 그래서 관리비 중 개인이 바꿀 수 있는 항목인 냉/난방비를 아끼기로 했다. 아끼는 방법은 아주 단순했다. 여름에는 벗고 있고, 겨울에는 껴입는다. 이 방법에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앞 건물과 너무 붙어있을 경우 여름에 벗고 있을 적에는 사생활 침해의 위험이 있으니 보이지 않게 조심하거나, 비치지 않는 커튼을 꼭 달아야 한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앞서 말한 것들 말고도 돈이 아까운 상황이 너무 많았다. 자취 초반 6개월 동안은 생수 사 먹는 것도 아까워 물을 끓여 먹었다. 그러다 대용량 주전자의 부재와, (정확히 말하면 그렇게 큰 주전자를 따로 둘 곳이 없는 싱크대가 문제였다) 끓여 마신 물은 필요한 영양분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수긍하여 현재는 주기적으로 생수를 배달시켜 마신다. 누군가는 이런 나의 생활을 ‘금수저’라 말할 수도 있다. 자취를 시작한 뒤로도 밥 한 번 굶은 적 없고, 부족하다면 가족에게 손 벌려 용돈까지 받는 풍족한 삶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내 나름의 노력까지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내 자리에서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리고 나의 최선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더 오래 유지하기 위한 대안이다. 그래서 프리랜서 자취생인 나는 보이는 곳에 두었던 주식투자 책을 다시 펼친다. 새로운 답을 찾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