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잠잠해질 것 같지 않다
오늘 코로나19 확진자가 사상 처음으로 1,000명을 넘었다.
우려가 현실이 되는 날이었다.
일어나자마자 확인한 인터넷 기사에서는 하루 확진자가 1,030명이라고 말했다. 전날 900명대를 가뿐히 뛰어넘는 수치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검토한다는 기사, 선제적으로 격상해야 한다는 전문가들, 소상공인의 경제적 타격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이 한데 뒤섞여 하루 종일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나는 시민으로서 딱 한 가지 문제에만 골몰했다.
내일 출근 어떡하지?
내가 다니는 회사는 강남 한복판에 있다. 막 으리으리한 건물의 대기업은 아니더라도 그런 대기업들과 같은 부지 위에 있다. 그래서 강북에 사는 나는 아침마다 지하철을 타고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 9시 출근이든 10시 출근이든, 강남으로 가는 직장인들은 항상 많았다. 환승역에서 갈아탈 때면 내가 움직이는 건지 남들이 비집고 들어와서 내가 밀리는 건지 모를 정도로 지하철 안이 꽉 찼다. 그래도 왕복 2시간 30분~3시간 정도의 거리였기에 무리는 없었다.
그런데 확진자 수가 내가 입사한 후로 떨어진 적이 없다. 오히려 쭉쭉 오르더니 저번 주에는 첫 700명, 이번에는 900명도 뛰어넘고 1,000명이란다. 아무리 내가 마스크를 상시 쓰고 다녀도 점심식사를 하러 간 식당에서는 마스크를 벗을 수밖에 없다. 내가 말을 한마디도 안 하고 밥만 먹는다 해도 다른 사람들, 다른 테이블에서는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 것까지 내가 막을 수는 없다. 갑자기 엄청 두려워졌다. 집에 아직 취업 준비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러다 내가 감염되기라도 하면 어떡하지? 란 지극히 현실적인 고민이 생겼다.
그래서 오늘 급하게 새벽 배송이 되는 곳으로 빵과 잼, 그리고 손 소독제를 구매했다. 내일 아침 빵에 잼을 발라 도시락으로 싸들고 출근하려고 한다. 아직 3단계가 되지 않았고, 그래서 난 내일 출근해야 한다. 3단계로 격상되어도 재택근무를 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은 마당에, 일단 회사의 결정을 기다리기보다 나부터 더 조심하기로 했다.
회사 사무실에서 홀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물론 회사 사무실도 아무리 환기시켜도 밀폐된 공간이긴 마찬가지이나,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마음이 너무 불안하다. 특히 중요한 시험을 앞둔 가족 구성원에게 혹시 모를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 회사에 다니기 전까지는 집에만 있어서 몰랐는데, 새삼 전염병의 무서움을 느끼는 중이다. 의료 부족의 현실이 눈앞에 있는 것 같아 국민으로서도 걱정이다.
이런 인류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 꽤 많은 눈이 내렸다. 오후가 되어 거의 다 녹긴 했지만 내게는 첫눈이었다. 솔직히 아수라장인 바깥 상황에 연말인 것도 모르고 있었는데 이렇게라도 크리스마스 느낌을 받아봤다. 학교 기숙사에 살 때는 룸메이트와 같이 눈사람을 만들고 했었는데, 올해도 그 정도의 많은 눈이 올 수 있을까.
일요일 밤이 되자 내일 출근할 생각에 벌써부터 우울하다. 머리도 좀 지끈지끈 아픈 것 같고. 어젯밤 엑셀 교재를 보고 업무자료를 다시 정리했다. 나의 상사님이 이런 내 노력을 조금이라도 알아주시길 바라지만... 잘 모르겠다. 그저 내일도 무사히, 좀 안 혼나고, 안 싸우고, 안 서러운 직장생활을 하고 싶다. 코로나와 신입이 둘 다 찾아오자 서러운 순간이 잦아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