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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그믐 Dec 14. 2020

신입사원이 월요일을 이겨내는 법

상사와 마주치지 않기 위해 일한다.

아... 너무 출근하기 싫다. 


대체 한 회사에 10년, 20년씩 근속하는 분들은 어떤 생각으로 다니신 걸까? 

그래도 나름 아침형 인간이라고 생각했으나 매일 아침마다 눈 뜨는 게 지옥과 같은 때가 있다. 전날 잠을 설쳤다면 아침은 체감상 더 빨리, 순식간에 찾아온다. 겨울이라 눈이 뻑뻑하고 아픈 건 덤이다. 


특히 눈 뜨기 싫은 날이 있다면 바로 '월요일'이다. 주말 동안 늘어져있던 탓에 다시 일찍 일어나려는 게 힘겹기만 하고, 아직 신입사원에 불과한 내게 회사는 그 규모와 상관없이 무겁고 무서운 곳일 뿐이다. 예측불허, 이 말만큼 회사생활을 잘 설명하는 표현도 없을 것 같다. 오늘은 어떤 사건이 날 부를까.(feat. 코난... 이 친구 참 자주 등장할 것 같다.)


내성적이고 소심한 나는 출근길마다 오늘 무슨 일이 터질지 조마조마해하며 회사로 향한다. 아무 이상한 일이 없는 날엔 퇴근길이 신나기만 하고, 혼난 날엔 퇴근하자마자 다음날 출근을 걱정하게 된다. 다들 겪는 신입사원이라지만, 규모도 작은 지금 회사에서도 일처리에 더딘 스스로를 발견할 때면 한심하기만 하다. 언제쯤 전화 거는 걸 무서워하지 않고, 엑셀이든 업무 글이든 술술 쓸 수 있을까.



그 생각이 오늘은 좀 강했다. 다들 말하는 '월요병'이 발병한 것이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퇴사 각'을 속으로 외쳤고, '무단결근'이라던가 '통보'라던가 온갖 부정적인 단어만 떠올리다가 정신 차려보니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출근길에 노래 듣는 걸 좋아하는데 오늘은 그 시간도 무척 짧기만 했다. 어느덧 회사에 도착해버렸고, 책상에 앉아버렸다. 그때부터 마음먹었다.



이렇게 된 이상 미친 듯이 일해서 시간을 빨리 보낸다.


업무와 관련된 보고서를 다시 고치고, 엑셀 파일들 정리하고, 업무 관련 글을 쓰고, 그러다 잡일을 할 게 있어 그것만 몇 시간을 했다. 뒷정리하고 업무 일지 쓰고... 그러다 보니 어느덧 7시, 퇴근이었다. 이게 미친 듯이 일한 거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거다. 난 일할 때 손이 느리다. 원래 같으면 업무 관련 글만 주야장천 쓰다가 퇴근하곤 한다. 집중력의 문제인지 그냥 능력이 없는 건지...ㅠㅠ


아무튼 그렇게 오늘, 월요일을 부드럽게(?) 보냈다. 가장 중요한 건, 오늘은 혼나지 않았다. 상사와 딱히 마주칠 일도 없었고, 상사가 내 잘못을 꾸짖기 위해 날 따로 불러내는 일도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신입사원이었다.


내일은 화요일이라서 출근하기 싫고, 모레는 수요일이라서 출근하기 싫다. 그나마 금요일이 좀 봐줄 만하다. 다음날이 주말이니까! 7시 퇴근에 집 오면 저녁 없는 삶이지만, 그래도 오늘 남은 여가 시간을 즐기다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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