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회사까지의 사람들
오늘은 확진자 수가 800명 후반대였다. (오전 10시 기준) 내일은 또 얼마나 나올지 이젠 가늠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출근은 매일 해야 한다. 당장 내 다음 달의 삶을 위해서 말이다.
나는 매일 아침 8시 20분~30분 사이 집을 나선다. 지하철역으로 가서 7호선을 타고 환승역까지 간다. 내가 사는 곳은 지하철 종점과는 거리가 먼 역과 가깝다. 그래서 이미 내가 탈 때쯤엔 앉을자리가 하나도 없거나 날쌘 사람에게 자리를 내준 뒤다. 늘 그랬듯 앉지 못하면 손잡이를 잡거나 출입문 옆에 비스듬히 서서 휴대폰을 본다. 밤사이 밀린 카톡을 답장하고, 브런치 알림도 확인하고, 업데이트된 웹툰도 본다. (혹시 <모죠의 일지> 보시는 분...?) 출근을 시작한 뒤로 새나라의 어른이가 되어 좋아하는 웹툰 업데이트도 칼같이 기다리진 못한다. 그전에 잠들어 버리고 말지.
그리고 내가 출근길에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 하나가 있는데, 바로 '이어폰'이다. 정확히는 '블루투스 이어폰'이다. 이게 없으면 내 1시간 20분짜리 출근길이 외롭고 길기만 하다.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어폰을 귀에 꼽고 노래를 틀고 역으로 향한다. 그냥 걸으면 너무 춥고(혹은 너무 덥고) 길이 길어진 것만 같다. 그래서 출근길 선곡은 항상 신나는 것들, 주로 아이돌 댄스곡들로 한다. 오늘은 (여자)아이들, FT아일랜드와 함께 출근했다. ((여자)아이들 'LION'과 FT아일랜드 '다시 바래', 'Nowhere'는 띵곡이다.)
그렇다고 노래 듣는 것에 정신이 팔려 주변을 살피지 않는 건 아니다. 사실 난 길을 다니거나 대중교통을 오래 이용할 때면 스치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게 버릇이다. 그래서 오늘도 사람들을 봤다.
나처럼 이어폰을 꽂은 사람
노래를 듣는 사람
영상을 보는 사람
영상은 드라마를 보는 사람, 영화를 보는 사람, 페이스북 웃긴 영상을 보는 사람
노래는 어떤 걸 듣는지 알 길이 없고
그냥 다들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다.
환승역으로 가기 전에 꼭 강을 건너게 되는데, 그때 바깥 풍경이 예술이다. 아침에는 햇살이 강에 비춰 반짝거리고, 깨끗한 하늘과 강은 환상의 짝꿍이다. 퇴근길의 한강 풍경도 마찬가지이다. 건물의 불빛이 강에 반짝이고, 서울 야경은 서울살이 5년 차인 내게도 여전히 아름답다.
어제오늘 롱 패딩을 입는 사람들이 훨씬 늘었고, 생각보다 안경 낀 사람은 많이 없다. 다들 렌즈를 끼나 보다.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이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보다 훨씬 많고, 지하철 자리는 겨울철이라 앉을 때마다 비좁다.
회사가 있는 역에 내려 출구로 나오면 사람들은 제각기 흩어진다. 각자의 회사로 가는 것이다. 강남의 인도는 도로만큼이나 넓지만, 그만큼 사람도 많다. 걷다 보면 대기업 건물 앞에 정장을 차려입은 사원들이 잠깐 짬을 내 단체로 담배를 피우는 시간이 있고, 영업을 준비하는 화장품 가게도 보인다. 그날 바람이 얼마나 부는지는 가로수마다 매달아 둔 플랑의 흔들림을 보면 알 수 있고, 오늘은 내복을 입었는데도 정말 추웠다. 추운만큼이나 길거리는 차갑다. 다들 나처럼 여기 계속 머무는 게 아닌 그냥 잠깐 왔다 가는 사람들인 것 같다.
오늘은 야근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비교적 일찍 집에 들어왔다. 그러나 씻고 세탁기를 돌리고 하다 보니 늦은 저녁을 먹을 때 시간은 밤 10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다 먹으니 11시였다. 저녁 없는 삶은 항상 아쉽기만 하다. 그래서 잠들기 전 휴대폰을 또 들여다보고, 다음날 아침 부족한 잠에 후회하고 그런다. 오늘도 왠지 아쉬워 자정은 넘겨야 잘 것 같다. (원래는 한 10시쯤엔 자야 다음날 안 피곤하다.)
그리고 내일도 난 출근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