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이 심했던 그 시절 나의 기록들.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나날들이었다.
하지만 그때의 일기에 적힌 내 예민한 감성들은
글을 쓰는 입장에서 조금은 부럽기도 하다.
1)
우울증, '대상 상실의 반복으로 인해 대상에 대한 비난이 자책으로 변형. 주기적이며 순환적 발현'
나는 대체 무엇을 상실했단 말인가?
2)
스타카토 같은 짧은 행복에 이 지루한 인생을 계속해야 하다니. 놀라운 비효율이다!
3)
달리는 지하철의 검은 유리창으로 세상에서 가장 슬픈 얼굴을 한 나를 본다.
아. 오늘도 부모님께서 허락하신 이 생명에 부모님께서 보내주신 돈으로 얼룩만 들였구나.
시간을 소모하는 것도 금전을 소비하는 것도 그저 죄책감과 허무함만 안겨준다.
눈부시도록 슬픈 하루다.
좀 더 뻔뻔하게 살아도 좋으련만 살아있음이 송구스러울 따름이다.
세상에 온전히 내 것이라는 게 없는 기분이다.
4)
어차피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
육십 년 후 원하지 않을 때 죽는 것과
원하는 지금 죽는 것의 경량을 따져 본다.
꿈에 근거한 미래와 현실에 뿌리둔 내일이 나를 붙잡기도, 재촉하기도 하는 어느 추운 밤.
'나를 사랑해줄 사람이 있을까.' 생각하면 쓸쓸하고.
모든 걸 잊은 채 꿈을 꾸자면 이제는 내가 아닌 것 같다.
더는 어떻게 살까. 더는 어떻게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