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은 나를 살린 마법의 단어

중꺾그마로 갓생 살기

by 후니언니


두두둥



3년 전 나다.

저 즈음에 찍은 사진은 볼 때마다 물이 난다.


일이 없었고,

13년 키운 강아지가 죽었고,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와 헤어졌고,

암에 걸렸다.


거울 속 낯선 나를 온갖 방법으로 채찍질했다.

배를 쫄쫄 굶기고, 발이 부르트도록 운동장을 뛰게 했다.

철천지원수에게도 못할 짓을

나 자신에게 저지르고 나서야 깨달았다.

인간은 호르몬 앞에선 한없이 무력하다는 걸.


자궁에 둥지를 튼 암세포가 한바탕 쓸고 간 몸은

성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

평생 5로 시작했던 몸무게 앞자리는

눈 깜짝할 사이 6을 지나 7이 되었고,

신체 나이는 족히 30살은 점프했다.


사지가 갈기갈기 찢기는 고통에

꿈에서도 신음하며 전전긍긍했다.

삶과 죽음이라는 갈림길에 서있던 나에게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이었을까?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하지만 그보다 더 × 100
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
중. 꺾. 그. 마




내 첫 번째 중꺾그마는 '죽지 않고 살기'였다.

두 번째는 '다이어트'

1번은 3년째 실행 중이고,

2번은 이제 막 3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죽지 않고 사는 거 안 힘들었냐고?" 그냥 살았다.

"다이어트 하기 안 힘들었냐고?" 그냥 했다.

죽기보다 하기 싫은 걸 해내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그냥 하는 것


숨 쉴 때마다 '숨 쉬는 중'이라 인식하지 않듯

다이어트도 그냥 그렇게 이어졌다.

초반엔 0.1그램도 줄지 않는 몸무게에

체중계를 때려 부고 싶은 충동을 자주 느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숫자에 대한 집착이 사라졌고,

숨 쉬고, 밥 먹고, 똥 싸듯

다이어트가 일상 되었다.

지난 3개월 동안 내가 한건

딱 두 가지다.


1. 10분~30분짜리 홈트 영상 하루 두 번 따라 하기
(제자리 줄넘기, 스텝퍼, 실내자전거로 대체 가능)
2. 먹고 싶은 음식 다 먹고, 16시간 공복 유지


말로만 들으면

"살을 빼라는 거야, 죽으라는 거야?" 싶겠지만

막상 해보면 절대 미션 인파서블이 아니다.


대충 몇 끼 굶고 하루이틀 미친 듯 운동해서

잠깐 빠지는 게 아니라

진짜 '몸 라인' 자체가 달라진다.

눈앞에서 삼겹살을 굽고,

마라 엽떡 치즈가 쭈우욱 늘어나도 참을 수 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먼저 반응는 것이다.


의지력 뿜뿜 불굴의 다이어터 같다고?

내 다이어트 뻘짓 역사를 이야기하려면

9박 10일 자란다.


죽지 않고 살기도

다이어트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지금 생각만 해도 괴롭고,

도무지 하기 싫은 일이 있다면

마음속으로 이렇게 외쳐보자.


중꺾그마!

중꺾그마!

중꺾그마!


세 번 외치고

진짜 딱 한 달만 '그냥' 해보자.





'그냥'이라는 말,

안 해본 사람에겐 벽처럼 느껴지지만

한 번 해본 사람에겐 별거 아니다.


유튜브에

[빅씨스 전신] [힙으뜸 전신] [땅끄부부 전신]

검색해서 그냥 따라 하고,

단식 어플 깔아서

16시간만 그냥 안 먹으면 된다.


사람마다 사정이 고, 상황이 다른데

너무 폭력적인 강요 아니냐고?
그럴 수도 있다.

근데 뭐, 딱히 뾰족한 수 있나?

그냥 해야지.

그게 내가 살아남는 법이니까.



지금 이 글을 잃고 있는 당신,

혹시 마음 한 구석이 껶여 있다면

그냥 한 번만 해보자.


살아 있으니까,

그걸로 충분하니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