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 충만한 자궁과의 동거
오래되고, 쓸모없는 물건은
미련 없이 버려야 한다
그래야 더 좋은 걸 채울 기회가 생기니까
지금 내가 가진 것 중 제일 쓸모없는 것,
자궁
눈이나 코 같은 얘들은 매일 보다 보니
미운 정이라도 들었지! 그런데 자궁은?
도무지 어디에 어떤 모양으로 붙어있는지,
정확히 무슨 용도로 사용되는지도 잘 모르겠다
자궁은 한 달에 극악무도한 통증을 선사했고,
그럴 때면 방바닥이든 침대 위든
등허리가 닿는 모는 곳을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술만 취했다 하면 여기저기 껄떡대던
사정... 아니 사랑꾼 남친이 있을 때는
혹시나 자궁에 병이 생기지 않을까
매일이 노심초사였고
여성암을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인
에스트로겐을 뿜어 대며
밤낮으로 열일하는 자궁 덕에
3개월에 한 번 산부인과 전문의,
6개월에 한 번 유방암 전문의도 만나야 했다
검진복을 입고 대기석에 앉아있을 때면
어김없이 가슴에 스산한 바람이 불어왔다
(노브라라 추워서인가?)
유방 촬영실 안에서 터져 나온 비명에
내 작고, 소박한 가슴이 거세게 요동쳤다
무지막지한 가슴 전용 유압기에
오른쪽, 왼쪽 가슴을 하나씩 차례로 얹고
양옆으로 한번
위아래 비스듬하게 한번
꾸우우우욱 눌러 짜부시킨 상태로
1초, 2초, 3초... 4000000000000초...으악
매번 나를 고통과 좌절, 우울, 수치심에
허덕이게 하는 자궁,
하등 쓸모없는 녀석
당장이라도 내다 버리고 싶은
내 자궁도 500배로 커질 날이 올까...?
야, 자궁! 나는 니가 너무 밉고, 성가셔 죽겠는데
500배로 커질 때까지만!
진짜 딱 그때까지만 봐준다
(언니가 분발해 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