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으로 대어 낚기

텅장도 살리는 당근 생활기

by 후니언니

40만 원짜리 에어프라이어를 단돈 5만 원에 득템한 그날부터, 당근마켓은 나에게 황금 노다지 같은 존재가 됐다. 이제 뭔가 사고 싶을 때면 무의식적으로 ‘당근 검색’부터 한다.


당근은 단순한 중고거래 앱이 아니다. ‘이런 것도 판다고?’로 시작해서 ‘이런 걸 내가 샀다고?’로 끝나는 낭만 가득한 공간. 그 안에는 뜻밖의 만남과 변수, 그리고 끝없는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택도 안 뗀 고가 의류로 생색내기>

어느 날, 택도 안 뗀 재킷이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올라왔다. 당근의 철칙은 선착순, 고민은 사치였다. 빛의 속도로 메시지를 보냈고, 정확히 한 시간 후 재킷은 내 손에 들어왔다.

동생에게 툭 던지며 말했다.

“이거 너 입어.”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생색.

이거 정가 20만 원 넘데, 싸게 샀어.”



<강아지 간식 상부상조>

우리 집 강아지 꿍이는 입맛이 굉장히 까다롭다. 적당히 단단하고, 적당한 두께에 훈제 닭고기 냄새가 나야만 드신다. 다행히 간식은 개별 포장이라 당근 거래에 제격이다. 올리자마자 메시지가 왔다.

[와, 저희 애가 이거 진짜 좋아해요!]

몇 번의 대화를 주고받은 끝에 자연스럽게 ‘애견 간식 품앗이’가 성사됐다.


사람은 못 먹는 걸 안 나누지만, 강아지 간식은 다르다. 이것이 바로 갓-견 사회.



<치킨무, 소스, 그리고 탄산음료>

배달 음식에 딸려오는 치킨무, 각종 소스, 탄산음료들. 먹다 남기기 일쑤였지만, 당근에선 이런 것도 거래 품목이 된다.

‘이런 걸 대체 누가 사?’ 싶었는데... 내가 샀다. 소스 하나를 끝까지 먹어본 적 없는 우리 가족에게는 꽤 유용한 선택이었다. 게다가 무료 나눔이라면? 그야말로 완벽한 실속 거래!



<원피스 무료 나눔, 그런데 남자가 왔다?>

한때 인터넷 쇼핑에 미쳐 있던 나는 원피스를 100벌쯤 갖고 있었다. 미어터지는 옷장을 정리할 방법은 당근 뿐이었다. 사진을 찍어 하나하나 올리고, 가격을 점점 낮췄지만 반응은 미지근. 결국 일주일 만에 무료 나눔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나눔 받고 싶다는 사람을 만나러 갔는데... 남자였다.

“여동생 주려고요.”

목소리가 어찌나 곱던지,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뭐, 중요한 건 그날의 무료 나눔은 성공적이었다는 것.




<열불 나는 재당근 사건>

실패한 거래도 있었다. 한 번도 안 입은 새 옷 8벌을 3천 원씩 드렸던 아주머니, 이틀 후, 판매 글에 기재된 사이즈와 1~2cm 다르다며 환불을 요청했다.

나는 침착하게 답했다.

“줄자 들고나갈게요. 다시 재보고 맞으면 환불은 어려워요.”

그러자 돌아온 말.

“그냥 제가 알아서 할게요.”


그렇게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며칠 후, 그 옷들이 6천 원으로 뻥튀기돼 재당근되고 있었다. 정성 가득 사진과 소개글까지 덧붙여서. 나는 망설임 없이 신고 버튼을 눌렀다.



<트램펄린에 무릎 꺾인 썰>

당근에는 소파, 침대, 자개장 등등. 대형 물건도 종종 올라온다. 이런 글에는 늘 익숙한 문구가 있다.


[직접 가져가실 수 있는 분만요]

[엘리베이터까지 옮겨드릴게요]

[용달차 불러야 합니다]


그러던 중, 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접이식 트램펄린 팔아요. 분해해 놔서 가벼워요~]

나는 믿었다, 너무 철석같이.


도착해서 본 건, 묵직한 철제 기둥들과 매트리스만 한 발판. 들다가 무릎이 꺾인 나는 판매자에게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혹시… 주차장까지만 같이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건장한 남자 둘이 들어도 무거운 걸 여자 둘이 옮겼고, 그리고 트램펄린을 한동안 운동기구가 아닌 병원 침대처럼 쓰였다.




<알아두면 유용한 당근 꿀팁>


당근 생존 팁 요약
1. 네고는 친절하면서도 단호하게
→ “○○원까지 가능하시면 오늘 바로 갈게요~”
2. 무료 나눔은 손 빠른 자가 이긴다
3. 매너 온도와 후기 확인은 필수


당근판 노다지 3 대장
1. 이사 가는 사람
냉장고, 조명, 공기청정기, 그릇 세트까지
'가지러만 오세요' 한마디면 무료 나눔 퍼레이드

2. 폐업하는 가게
예쁜 스툴, 조명, 아이스박스까지 건질 수 있다.
마지막엔 '컵은 그냥 천 원에 가져가세요~'
어느새 내 방이 인더스트리얼 카페로 변신

3. 자취생 + 부모님 큰손 조합
'부모님이 또 먹을 거 보내셨어요ㅠㅠ 반찬 나눠요~'
이분 계정에 '구독하기' 버튼이 있다면 당장 누르고 싶다.




가끔 주변에서 묻는다.

“중고거래 귀찮지 않아?”


귀찮지. 쿨거래 하겠다더니 잠수 탄 사람도 있고,

무료 나눔인데도 “집 앞으로 가져다주실 수 있어요?” 묻는 분도 있다.


하지만 당근은 단순한 중고거래 앱이 아니다.

삶의 철학을 천 원짜리 몇 장에 업어오는 공간이다.

당근이 가계에도 도움이 됐냐고?

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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