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자족 상차림

잘 키운 채소가 가계를 살린다

by 후니언니

우리 가족은 도시형 자급자족 가족이다.
전원주택도 아닌 빌라에 살면서도 흙을 파고, 꽃을 따고, 풀을 뜯는다. 지나가는 사람이 보면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아니, 저 사람들은 왜 저렇게까지 해?’

하지만 우리 입장에선 되묻고 싶다. '아니, 이걸 왜 안 해?'


처음 시작은 아빠의 세탁소 뒤편.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자투리 땅에 상추와 깻잎, 호박을 심었다. 합법적이고 열정적인, 오직 삼겹살을 더 맛있게 먹기 위한 자급자족의 첫걸음이었다.

엄마와 나는 씨를 뿌리며 주문처럼 되뇌었다.
'이 아이들은 삼겹살과 먹을 운명이야!'


매일 물을 주고, 흙을 만지고, 벌레와 사투를 벌이던 엄마. 그 정성 덕분인지, 수확의 날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하지만 결과는… 상추와 깻잎, 도합 서른 장. 식탁 위 고기는 푸짐했지만, 쌈 채소는 아껴 먹어야 했다. 그럼에도 아빠는 입에 쌈을 넣으며 감탄했다.


“이건 상추가 아니라 금추야! 식당에서 먹는 거보다 훨씬 맛있다.

그날의 쌈은 왕실 음식이었다. 우리는 상추 위에 고기와 밥, 마늘, 김치, 감동까지 올려 야무지게 싸 먹었다.




<대자연이 주는 황금 먹거리>


어느 일요일 아침, 족구를 마치고 돌아온 아빠가 쇼핑백을 들고 왔다. 그 안에는 뜻밖의 선물이 들어있었다.


"이게 뭐야?"

"아카시아 꽃! 딱 맛볼 만큼만 따왔어."

"이걸 먹는다고? 죽는 거 아냐?"

"그래서 깨끗한 놈으로만 골라왔지~"


그날 저녁, 꽃으로 잔치를 벌였다. 깨끗이 씻고 식초물에 담근 뒤, 일부는 튀기고 나머지는 담금주에 퐁당. 술병에 날짜를 적은 라벨을 보며 모두의 눈이 반짝였다.


'아카시아 꽃술에 어울리는 안주는 뭐가 좋을까? 크~ 한 달 동안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남들이 풍경을 찍을 때, 나는 이름 모를 풀에 수시로 핸드폰을 들이댄다. 식물 스캔 앱으로.


'식용입니다' 뜨면 저장,

'독성 있음' 이면 실망감 120%.


가끔 식용 풀을 입에 넣었다가 쓰디쓴 맛에 혀가 마비되거나, 배가 오묘하게 싸늘해지는 경험도… 식탁에 오를 찬거리는 안 늘어도, 모험심만은 치게 늘었다.



<빌라에서 만난 상추 왕국>


사실, 우리도 많이 망했다.

바질은 애벌레의 천국이 되었고, 무순은 물곰팡이의 성지. 토마토는 꽃만 피고, 열매는 사라졌다. 감자와 고구마는 뿌리채소라기보다 말라비틀어진 감정의 잔해였다.


파도 열풍에 휩쓸려 컵에 담가봤다. 황금값 대파를 집에서 키우면 가계를 뛰어넘어, 나라의 경제를 살릴 것 같았는데… 결과는 초록색 슬라임. 냉장고 속 무꼬다리, 감자 눈, 양파 반쪽도 도전했지만 자급보다 자포자기에 가까운 결말이 더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빌라 주차장에서 '상추 왕국'을 발견했다. 콘크리트로 대충 만든 텃밭에 상추, 깻잎, 호박 삼총사가 무럭무럭. 6층 아저씨의 작품이었다. 소문에 따르면, 먹기보다 기르는 게 힐링이라는 분. 아저씨가 키운 상추는 벌레도 감탄할 만큼 싱싱했고, 삼겹살을 떠올리게 하는 마법 같은 매력이 있었다.





그날 저녁, 아저씨 덕분에 우리 집 식탁은 초록빛으로 물들었다. 나는 입안 가득 쌈을 넣으며 말했다.


“다음에는 뭐 키워 먹을까? 참외? 버섯? 아니면... 닭?”


자급자족이 우리에게 준 건 먹거리만이 아니었다.

실패와 웃음, 실험정신, 그리고 약간의 배앓이까지.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궁금하다.

이렇게 재밌는 걸… 왜 안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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