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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nugeun Aug 08. 2021

태그호이어 2000 클래식 오토매틱

TAG HEUER 2000 classic automatic wk2117


시계 스펙

다이얼 크기: 37 mm

두께: 11 mm

러그 투 러그: 44 mm

러그 너비: 20 mm

방수: 20 ATM

무브먼트: ETA 2824

파워리저브: 38 시간


작고 동글동글하니 귀여운 시계다. 다이얼이 파란 시계를 한 번 차보고 싶어서 충동적으로 구매했다. 햇살이 비칠 땐 밝은 파란색으로 반짝이다가 그늘로 들어서면 매트한 짙은 감청색으로 변하는 다이얼이 매력적이었다.




시침 모양이 특이한데 이런 디자인의 바늘을 '메르세데스 벤츠' 스타일 바늘(hand)이라고 부른다. 왜 그렇게 부르는지는 보자마자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줄여서 벤츠 핸즈라고 많이 부르는데 왜 복수형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https://www.mercedes-benz.co.kr/


저런 형태의 바늘을 사용하는 가장 유명한 시계가 지금은 물량이 모자라서 매장에 돈을 싸들고 가도 구입은커녕 전시품조차 볼 수 없다는 롤렉스 서브마리너다.

https://www.rolex.com/ko/watches/submariner/m124060-0001.html


천만 원이 넘는 시계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살 수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것인가!


20년이 훌쩍 넘었으니 빈티지?

시계는 아버지뻘쯤 되시는 분께 중고로 구입했다. 점잖은 말투에 차분한 걸음걸이가 인상적인 분이셨다. 꽤 오래된 연식의 시계였고 보증서나 다른 구성품 없이 시계만 있는 상태여서 혹시 가품은 아닐지, 진품이어도 상태가 어떨지 걱정했는데 다행히 진품이었고 상태도 아주 좋았다. 외관도 깨끗했고 시간도 잘 맞았다.

스크래치가 좀 있지만 연식을 고려해 볼 때 이 정도면 양호하다


시계를 사기 전후로 이리저리 인터넷을 검색해 보며 시계에 대해 알아봤다. 생산연도를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아래 사이트의 내용을 참조해 볼 때 대략 1990년대 중후반에 생산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현재 태그호이어의 주력 라인 중 하나인 아쿠아레이서의 선조 격인 시계다.

https://www.calibre11.com/tag-heuer-2000-series/


짧게 요약하자면, 태그호이어는 2000년대 초반까지 태그호이어 2000 라인을 꾸준히 출시했다. 그러다 2004년에 '2000 아쿠아레이서(aquaracer)'라는 모델을 발표했는데 이 모델이 잘 팔렸는지 어땠는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2005년에는 모델명에서 아예 '2000'을 빼버리고 아쿠아레이서만 남기게 된다. 이로써 1980~90년대에 태그호이어를 먹여 살렸던 태그호이어 2000 라인이 단종되고 현재 태그호이어의 주력 라인업으로 활약하고 있는 아쿠아레이서 라인이 시작된 것이다.


시계 연식으로 따지면 태그호이어 2000이 먼저고 아쿠아레이서가 나중이지만, 나는 아쿠아레이서부터 차보고 2000을 차 봤다. 작고 가벼웠던 2000과는 달리 아쿠아레이서는 크고 무거운 시계였다.   

https://brunch.co.kr/@gnugeun/58 


제이슨 본 링크까지 어느덧 태그호이어만 세 개를 차 봤는데 돌아보니 다 예전 모델이다.

https://brunch.co.kr/@gnugeun/72


요즘 태그호이어에서는 어떤 모델이 나오고 있나 궁금해서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는데 딱히 끌리는 모델은 발견하지 못했다. 대신 눈길을 끈 건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스마트 워치인 태그호이어 커넥티드 사진이 제일 먼저, 제일 크게 떴다는 사실이다.


1860년에 설립된 기계식 시계의 강자인 태그호이어에서 스마트워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도 이색적이었고, 그 스마트워치 관련 상품 중 하나인 워치 페이스의 모델은 또 1985년에 출시된 게임 슈퍼 마리오의 주인공이라는 것도 이색적이었다. 과거의 유산과 현대의 기술이 잘 조화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 와중에 홈페이지 링크에 연결된 OG 이미지에는 1930년대에 태어나 1960~70년대에 유명세를 떨쳤던 스티브 맥퀸 사진이 들어가 있다.

https://www.tagheuer.com/kr/ko/


마케팅 정책이 조화롭지 않은 느낌이다. 좋아하는 브랜드인데 오래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줄질 놀이

브레이슬릿 착용감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이때 번갈아 차고 다니던 태그호이어 제이슨 본 링크의 브레이슬릿이 워낙 착용감이 좋았던 터라 상대적으로 만족감이 떨어졌다. 그래서 다른 줄로 바꿔서 많이 차고 다녔다. 페를론 밴드와 러버 밴드, 나토 밴드까지 다 잘 어울렸다.

시계 사진은 아무도 없는 엘리베이터에서 찍는 게 최고


푸른 다이얼과 묘하게 잘 어울리는 회색 페를론
고무 소재인데도 가격이 무려 20만 원 가까이 되는 이소프렌 러버 밴드


이제는 차고 나가기 조금 민망한, 어렸을 때 잘 차고 다녔던 팔찌들과 함께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검정 나토




안녕

그렇게 4~5개월 차고 다니다가 자전거를 업그레이드하고 싶어서 중고 장터에 내놨다. 이런 빈티지 시계는 정말 꽂혀서 사는 사람이 아니면 큰 관심이 없다. 덕분에 장터에 올리고 나서도 거의 두 달 넘게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평소 같았으면 조바심에 가격을 내렸을 텐데 다행히(?!) 업무가 잘 안 풀리는 바람에 시계 판매에는 신경을 못 쓰고 일에 매달리다가 최근에 갑자기 여러 사람에게서 연락이 와서 그중 집 앞까지 오실 수 있다는 분께 적당한 가격에 넘길 수 있었다.


역시 인내심이 중요하다. 조급한 마음은 인생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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