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울가에 앉아]
졸졸,
소리가 먼저 녹는다
겨울은 단단한 온기를 품고
그 아래에서
제 몸을 풀고 있다
투명하다는 것은
차갑다는 뜻이었을까
오래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금이 간 자리마다
봄이 스며들고
가는 것과 오는 것이
겹쳐 있는 시간
한겨울 얼어붙은 마음은
깨지지 않고
천천히
물로 돌아간다
누가 다독인 것도 아닌데
온기가 생겨
제 안쪽을 쓸어내린다
개울가에
풀꽃 하나
시린 계절의 가장자리를
작은 뿌리로 붙잡고
아무도 듣지 못할 말로
중얼거린다
'이제는
놓아도 되겠다'
녹는다는 것은
사라지는 일이 아니라
제 몸을 풀어
흐르는 일이라는 듯
봄은
얼음 아래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