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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해여자 Oct 15. 2019

필터 페이퍼

라는 동네 다방

바람이 부는 듯해서
그리고 오늘 예뻐 보여서
그래서 밤을 걸었어

숨어들 곳이 필요해
너를 맴돌아

너의 마음속 어디가 아니어도 되는데
너의 아무 곳에라도 나 좀 쉬어가면 안 될까

너는 알아채지도 못하게
잠시 내려앉은 꽃잎처럼 팔랑
무게도 없고 의미도 없이 나 그냥
얌전히 내려앉아 있을게 너는 느끼지도 못하게

벚꽃 진 자리
점점이 붉어 오는 마음
그 아래에서 너를 기다려

알 수 없는 블루 그린
너에게 스며들 일 없기에 나는

마음 놓고 그린다 

너를
만났던 이길 가득 만개한 벚꽃 사이 언뜻 보이던 하늘 같은

너를
아득한 이 밤

소리 없이 바람 없이 기다리다
이렇게 쉬다 돌아갈게
환대도 냉대도 없는,
필터 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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