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부는 듯해서
그리고 오늘 예뻐 보여서
그래서 밤을 걸었어
숨어들 곳이 필요해
너를 맴돌아
너의 마음속 어디가 아니어도 되는데
너의 아무 곳에라도 나 좀 쉬어가면 안 될까
너는 알아채지도 못하게
잠시 내려앉은 꽃잎처럼 팔랑
무게도 없고 의미도 없이 나 그냥
얌전히 내려앉아 있을게 너는 느끼지도 못하게
벚꽃 진 자리
점점이 붉어 오는 마음
그 아래에서 너를 기다려
알 수 없는 블루 그린
너에게 스며들 일 없기에 나는
마음 놓고 그린다
너를
만났던 이길 가득 만개한 벚꽃 사이 언뜻 보이던 하늘 같은
너를
아득한 이 밤
소리 없이 바람 없이 기다리다
이렇게 쉬다 돌아갈게
환대도 냉대도 없는,
필터 페이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