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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있는 여자

by Om asatoma

남편이 있어요.

결혼생활은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


봄이 올 때쯤 소개를 받아

그해 가을에 식을 올리고

그로부터 2년 후에 첫째 아이를 얻었어요.


사실 그 사람에 대해서 잘 모르고 결혼을 했습니다.

그에 비하면 매우 운이 좋아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결혼 후에 알게 되었습니다.


오래 만나며 고심했다면 선택하지 않았겠지만

갑작스러운 결정이라 오히려 가능했고

감사하게도 남들이 하는 결혼이라는 것과 출산과 육아라는 것을

그 사람 덕분에 할 수 있었기에 고맙게 생각합니다.


저는 개성이 강한 편으로 잘 어우러지지는 않는 사람입니다.

겉으로는 무던한 듯 보일 수도 있으나

좋게 포장하자면 예술가적 기질(?)이 있어

세상의 일에 무관심하고 자기만의 나라에 빠져 있습니다.


사회에서 맡은 역할은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으나

발이 땅을 딛지는 않고 대체로 허공을 걸으며 숲을 내려다보는 새처럼 떠돌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남편은 매우 현실적인 사람으로

아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아빠의 역할을 하고,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남편으로서도 부족함이 없는 사람입니다.

딸아이에게도 기꺼이 아빠 같은 남자를 만나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때때로 글을 끄적이는 것을 알면서도

글 한 번 보자 하지 않는 것이,

때로 서운하기도 했지만


그와 같은 적당한 무관심이

이렇게 글 쓰는 일을 계속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것 같아서

이제와서는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늘 고맙고 언제까지라도 그 고마운 마음이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로 인해서 인연을 맺게 된 시어른들께

전화를 자주 하며 사근 하게 구는 며느리는 못되지만

세상 어느 누구보다 마음으로는 깊은 존경의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감사한 마음밖에 없습니다.


매일 누구를 기다린다 하고, 그립다하는 글만 쓰자니

왠지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한 번쯤은 현실에서의 진짜의 단 한 남자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겠다 싶어서

아무도 묻지 않은 남편에 대한 글을 짧게 남깁니다.



금요일에 어느 공모 발표가 있습니다.

(8월로 연기가 되었다하네요..)

참가상쯤 받을 수나 있을까 모르겠지만

일등을 하면 대통령상을 준다고 해서

글을 써서 어디 보내면서는 처음으로

발표일을 기다리게 되는데요,


언젠가는 남편이 제 글들을 보게 되는 날도 오겠지 싶어서

당신 부인은 글 쓰고 싶어하는 사람이고

그 글이라는 건 꼭 사실대로만 쓰는 건 아니라고

가끔 세뇌를 시키고 있습니다.


아직은 자전적인 글밖에는 쓸 줄 모르는 아마추어이면서

프로인 척을 하며 말을 합니다.


현실의 공간에서 남편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으니

남편이 없는 사람처럼 보아 오해가 생기기도 해서

가상의 공간이지만 또 혹시나 하여

결혼반지 한 번 스윽 꺼내어 보이듯이

생뚱맞은 글을 올립니다.


그리고는 또다시 외간 남자에 대한 진- 한 글을

마음 놓고 쓰겠습니다.


^^


습도가 높은 요즘니다.

산뜻한 사랑 하면서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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