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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

by Om asatoma

아무리,

아무리 여름 장마가 길어진다고 해도

끝이 있기만 하다면


둑 두어 개 무너져

눌러온 설움들 콸콸 터져 나온다고 해도


곪은 속 뒤집어 세상에 내놓을 만치

바람이 불고 분다고 해도


그래서 겨우 지탱해온 알량한 자존심 따위

부러지고 끊어져도


그래도

끝이 있기만 하다면


실존 자존 흙탕물이 쓸어가고

보잘것없는 과거 뒤엉키게 되어도 꺼이.


그러나,

시간의 형벌 속에


끝을 는듯한 싱그러운 몸매의 낭랑한 목소리는

허공 겉돌만 하고


여름 장마가 아무리 길어진다고 해도

그 끝이 있기만 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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