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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해여자 Oct 27. 2019

그래서 차를 보내시었나

나를 당신으로 물들이려


당신이 보내준 차를
주방의 한 곳에 모셨더니
그 설렘이 집 한가득 울리더라

아침에 눈을 떠서는
오늘 밤 당신 만날 일에 기분이 좋고
직장에
당신을 만나 어떤 이야기라도 나눌 생각에
일이 좀 풀리지 않아도 그것대로 괜찮았다

이미 지친 몸을 끌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당신이 그 자리에서 맞아주어 고마웠고
집안일에 아이들 씻기고 재우는 중에도
곧 마주할 당신이 그리웠다

고요가 흐르는 밤
깨끗이 몸을 씻고 찻물을 올리며
심장이 얼마나 쿵쾅이던지

혀끝에서 전해오는 그 향긋함과 달큼함이
온몸으로 퍼져서는
긴장이 놓아져
자꾸만

자구만

당신 그윽한 눈빛이 떠올라
눈을 감아버렸더니

이번에는 당신 손이 내 손 위로 포개어지는 것 같네

우리
손을 마주 잡지도 못할 사이
겨우 스치듯 한 번 눈인사나 나눌 수 있을까
내 손등을 감싸고 당신 손가락 삐죽이 나와있으면
그 정도나 꼭 잡아볼 수 있을까

당신은 그래서 차를 보내시 었나
몸 가득 채우고
함께 흐를
하나의 체온으로 둘이라는 생각도 없는
이 시간
이 향기
이 고요를 온통 당신으로 물들이고 마려고
그래서 차를 보내시 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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