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내리기에
핸드폰 립스틱 하루키의 초록색 책 한 권 들고 간
물감 냄새 짙게 올라오는 고요한 미술관
전시는 들어오지 않고
자꾸만 당신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무얼 하시는지
그곳에도 비가 내리는지
오늘은 어떤 문장을 썼는지
어떤 노래를 듣는지
원두가 없어 차를 마셨는데 참 좋더라고
봄에는 드보르작이 좋다고
아침 수영을 할 거라고
뒤퓌의 그림을 따라 그리고 있다고
산을 보면 오르고 싶다고
이따금씩 그 사진을 본다고
생활의 모든 장면에 당신이 있다고
비 내리는 바다를 보고 싶다고
나란히 앉아 같은 책을 읽고 싶다고
그 책이 연애소설이면 더 좋겠다고
그리고 연애를 해도 ----
.......
입술을 질끈 깨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