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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해여자 Dec 02. 2019

연화산 옥천사

옥천사로 택시 한 대가 올라갔어요

꺼이꺼이 울음을 삼키다 배가 불러버린 여자가 타고 있었지요

달 밝은 여름밤이었어요

때로 깊은 밤 시간에도 사찰에 오르는 사람들이 있으니

택시 기사는 노스님을 뵈러 오는 사연 많은 여자쯤이라 생각했대요

사람들이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주는 일이 그들의 꿈을 이루어주는 일과 같다고 자부하던 기사님이었어요

언제 어디로든 태워주는 일이

자신이 할 수 있는 보시라고 생각했는데

그래 마음이 복잡할 때는 맑은 차 마시며 스님 말씀 듣는 것도 좋지

산에 울려 퍼지는 새벽 예불소리가 시름을 씻어줄 거라고만 생각했대요

그래서 산길을 밤에 오르는 것도 겁나지 않았대요

지역신문사 기자를 태우고

연화 저수지에 오르기 전 까지는 아무것도 몰랐대요


맑은 샘물 한 모금 마시고 목이나 축이지

미명에 걷는 산길이 얼마나 아득했을까요

연꽃같이 고웁게 앉았던 자리에 향냄새가 오르더랍니다

그래 택시기사는 여름마다 연화산 옥천사에 꼭 한 번 들러 향을 피우고 온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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