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아웃소싱의 현주소
필자가 2013년 처음 하노이에 출장을 와서 여러 베트남 IT 회사와 Telco, 방송사를 만났을 때 대부분의 베트남 지인들이 나에게 말했다. "소프트웨어는 베트남에서 공짜이니 투자할 생각으로 생각을 해라. 가입자가 늘어나고 라이선스 판매가 늘어나 유료화 시점에 pay 가능하니 인내를 가지고 함께 가자." 참 애매모호한 말이다. 베트남에선 RS (Revenue Share)모델을 매우 선호한다. 수입이 나면 나누자.
베트남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은 남이 만들어 놓은 제품을 잠시 빌려 쓰고, Free license가 만료되면 다시 새로 깔아서 쓰고, 계정 다시 만들어 사용하는 등 유료화는 갈길이 멀다. 당시 이러한 사회적인 인식속에 베트남 소프트웨어 산업이 성장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고 2016년 이후 베트남의 IT 산업은 엄청난 변화와 발전이 있었다. 삼성의 모바일 폰의 현지 생산이 본격화되면서 Android 개발자들이 예전 봉제공장에서 옷을 생산하듯 소프트웨어를 각 제품별, 버전별 생산하기 시작하였고, 베트남 스타트업의 급격한 성장과 모바일이 PC를 대처하는 상황에서 베트남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예전에 개발 아웃소싱은 인도를 꼽았는데, 인도의 경우 영어를 쓴고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우리와 너무 문화적으로 다르고, 인도와는 뭔가 비즈니스적 신뢰 관계가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일 수도 있었지만, 일정, 품질 등의 문제로 많은 고생을 하였다)
베트남은 현재 전 세계 IT 개발 소싱의 전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가장 큰 개발 아웃소싱 고객은 일본, 유럽, 미국, 한국 등이다. 국내 삼성과 LG 등도 글로벌 개발 센터를 예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하였으며, 한국의 크고 작은 기업들이 베트남에 개발 센터를 직접 설립하거나 개발 아웃소싱을 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베트남은 2021년 3월 삼성전자 아시아 최대 규모의 R&D 센터(SVMC)를 하노이에 설립하였으며 2022년 말까지 목표로 3000명의 개발자로 AI, IoT, Big Data, 5G 등 첨단 기술을 베트남에서 아웃 소싱하겠다는 목표다.
이러한 외국계 R&D 센터 외에도 베트남 현지 개발 업체들은 외국 기업 (일본, 한국 등)으로 인수 합병 혹은 JV (Joint Venture) 역시 설립하고 있어, 베트남의 개발 아웃소싱 사업은 국가사업으로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과거에 베트남의 높은 교육열과 근면성으로 무장한 베트남 노동자들이 전 세계 봉제 산업을 주름잡았다면, 2020년 전후로 스마트폰과 외국어에 능숙한 그들의 MZ 세대들은 일명 '코딩 공장'으로 불리는 글로벌 IT Outsourcing을 주도하고 있다. 베트남 IT 인력 채용포털인 TopDev에 따르면 베트남엔 올해 40만 명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필요한데 10만 명이 부족하다고 집계했다. 내년에는 개발자 수요가 50만 명으로 늘어나고 부족 인력도 19만 명으로 급증한다.
베트남 정부도 '메이크인 베트남(Make in Vietnam)'이라는 4차 산업혁명 양성 슬로건을 강조한다. 이는 창의적으로 디자인하고 적극적으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베트남의 소프트파워를 의미하며, 전통 제조업을 뜻하는 '메이드인 베트남(Made in Vietnam)'과 구별된다. 지난해 베트남 ICT 산업은 전년 대비 28% 성장했고, 총 1만3000개의 디지털 기업이 신설됐다.
2019년 베트남 ICT 종사자는 103만 명으로 전체 산업 인구의 1.9%에 불과하다. 하지만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3%나 된다. ICT 산업의 노동생산성은 베트남 평균의 7.6배, 농림 수산업의 18.7배에 이른다.
아직까지 베트남 IT 산업을 이끌어가는 주체는 외국 글로벌 기업들이지만, 베트남 재벌 Vin Group이 건설 산업 외에 자동차, 소프트웨어, 휴대폰 사업 (비록 2021년 5월 철수하였지만) 까지 손을 대면서, IT와 소프트웨어 개발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로 수출할 수 있는 베트남의 새로운 산업이 되었다.
베트남에는 크고 작은 아웃소싱 업체들이 존재한다. 베트남 최대 소프트웨어 회사 FPT와 CMC Global가 현재까지 주도를 하고 있으며 크고 작은 중소 규모의 개발 외주 회사들이 있다. 물론 한국인이 설립한 현지 개발 외주 회사도 꽤 많아졌다.
개발자들은 대학 갓 졸업한 Junior부터 30대 중반 Senior, Leader까지 다양하다. 경력 3년 미만의 개발자가 가장 많은 분포를 하고 있으나 이들이 현업에서 한국의 신입처럼 알아서 개발을 척척해 내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이들은 비록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였더라도, 요즘 트렌드에 맞는 최신 AI, Big Data, 인공지능 등의 학습을 대학에서 배우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한국처럼 사설 IT 교육센터가 많은 게 아니라, 첫 직장에서 얼마나 코딩을 열심히 해서 자기가 내재화하냐에 따라 실력이 차별화될 것이다. 아직까지 편견이지만, 알아서 잘해서 성장할 것이라는 건 현실적으로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개발 툴이나 프레임워크도 대기업의 비싼 라이선스의 제품보다는 Open source 위주로 개발하여 고도화하는 경향이 많다. 그리고 필자의 생각으로 베트남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php 개발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시장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한 php 개발자들이 열심히 이커머스 프런트엔드, 백엔드를 개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하여 해외에서 php 기반의 레거시 시스템에 대해 베트남에 아웃소싱 요청도 많이 들어오는 편이다.
베트남의 이커머스 급격한 증가와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실제로 예전처럼 베트남에 자주 왕래할 수는 없었지만, 앞으로 베트남 소프트웨어 아웃소싱은 더 성장할 것이다. 2013년 선배가 나에게 베트남에 가서 어떻게 법인을 세우고 소프트웨어를 팔수 있겠냐고 물었던 선배도 지금 아웃소싱을 베트남 회사에 받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베트남 하노이 법인도 작년 베트남 개발 센터를 설립하여, AI, Big Data, Chatbot, Cloud를 열심히 개발하고 있다. 뭔가 괄목할 만한 모멘텀이 생길 시점에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다음 Make Vietnam 2편에는 베트남 개발자의 임금, 이직에 대해 적어 보고자 한다.
출처 : 2020 Vietnam IT Mark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