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고...
사랑해
내 인생에서 이 말은 없을 줄 알았다.
솔직히 상상도 해 보지 않았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누군가와 손을 잡고 뽀뽀를 하고 하는다는 게
그 대상에 나를 대입하는 것 조차 해보질 않았었다.
그러다 너를 만났다.
처음엔 동갑 친구였다.
반갑다, 친구야
우리의 첫, 아니 나의 첫 말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악수를 하고
버스로 가는 그 5분 동안 기본적인 대화를 나눴고
그렇게 우린 헤어졌다.
어색했던 카톡의 시작과
우연히 시작했던 새벽의 통화들.
그렇게 우리는 시작했고
그 뒤 2년이 흘렀다.
어느샌가
손을 잡고
팔짱을 끼며
포옹을 하고
그렇게 입을 맞추고 있더라.
그리고 자연스럽게
"사랑해"
라고 말하더라.
그건 그렇게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누군가를
이토록 생각할 줄 몰랐고
이토록 만지고 싶어 질 줄 몰랐고
이토록 그리워할 줄 몰랐고
생각만으로도 무서워질 줄 몰랐다.
그런 너에게
이제는
"사랑해"라고 말하기가 힘들다.
그 말을 하면 할수록
그 상처가 배가 되어 나에게 돌아올까 그게 무섭다.
지금만 생각하고 말하고 싶지만
계속 나의 머리 속엔
그다음이
그다음이 떠오른다.
불투명한 너와 나의 미래.
너는 아니라고 하지만
내가 그리는 우리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너와 있는 건 참 좋은데...
그 이상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말하기가 힘들다.
화려한 핑크빛 미래를 꿈꾸는 것은 아니다.
소박한 미래를 생각해보지만...
지금의 네 모습에선
그 소박함마저 풀이 죽어 보인다.
지금만 생각하자.
지금만 생각하자 되뇌어보지만
예전처럼 그렇게 밝게
말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너에 대한 나의 마음이
식은 건 아니다.
단지 고삐 풀린 연처럼
그렇게 나뭇가지에 위태롭게 걸려 있을 뿐이다.
점점 바람이 세게 분다면
난 아마도 나뭇가지에서 멀어져 어디론가 가겠지.
나의 바람은
그저 그 바람이 멈추거나
혹은 나를 나뭇가지에서 떼어내어
다시 하늘에 띄워주길 바랄 뿐이다.
그렇게 바라만 보고 있진 말란 말이다.
시간은 결코 기다려주질 않는다.
우리의 시간은 계속 그렇게 흘러간다.
움직이지 않으면
변하는 건 없다.
너에게 하고픈 말이다.
내가 너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기쁜 마음으로
행복한 마음으로
할 수 있게
그렇게 움직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