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이예지 양
눈이 반쯤 감긴 아이가 갑자기 TV를 보는 엄마에게 항의하길래 긴장했다. 아빠는 엄마에게 항의할 게 별로 없다만 있더라도 TV 시청 시간은 피한다. 그게 '타이밍'이라는 것인데… 천천히 배우자.
"엄마는 보고 싶은 거 다 보고 늦게 자면서 나한테는 일찍 자라고…."
그거 참 부당하다. 일단 부조리와 절대권력을 향한 순수한 저항에 공감한다. 아빠가 바로 연대하지 않은 이유는 당연히 비겁해서다. 역시 엄마는 그 정도 항의로 전혀 흔들리지 않더라.
"엄마는 성장호르몬이 하나도 없지만 예지는 아직 성장호르몬이 많고, 성장호르몬은 자는 동안에만 나오기 때문에 예지가 일찍 자야 키도 크고 예뻐지지. 엄마는 일찍 자도 성장호르몬이 나오지 않아. 그러니까 어서 일찍 자."
기민하고 빈틈없는 대응에 당황하지 않았니? 평소 아빠가 시도하는 사소한 저항도 이처럼 수월하게 진압되곤 한다. 어쨌든 너는 오해했다면서 바로 자러 가더구나. 합리적으로 설득됐다면 훌륭한 시민이다. 감각적으로 피했다면 그것대로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