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무게를 느끼지 않았으면

일곱 살 이예지 양

by 이승환

짐을 가장 많이 드는 게 가장이라면 아빠는 모범 가장이다. 엄마가 뭔가 들었다면 아빠가 더 들 수 없기 때문이고 네가 뭘 들었다면 엄마조차 더 들 수 없기 때문일 테다. 그러니까 너에게 손바닥 만한 유치원 가방을 맡긴 것은 아빠도 엄마도 짐이 많아서였다.


게다가 아빠는 아무리 아이라도 자기 짐을 스스로 지는 법은 배워야 한다는 교육적 명분까지 기어이 찾아냈다. 크든 작든 각자 살면서 버텨야 할 무게는 있으니까. 그 가방은 별로 무겁지도 않아서 윤리적인 압박조차 없었다. 그런데 엄마는 너에게 맡긴 가방을 다시 낚아채더구나. 표정과 동작이 예사롭지 않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질리도록 짊어질 텐데…."


몇 걸음 걷다가 다시 엄마에게 네 가방을 받아서 손목에 걸었다. 너를 챙기는 아빠 최대치가 엄마 최소치에 미치지 못하는구나. 그 차이를 너는 모르고 살면 좋겠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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