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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 이예지 양

by 이승환

자동세차를 하는데 뒷자리에 틈이 있었는지 물이 조금 엄마에게 튀었다. 당황하며 창을 확인하는 엄마 옆에서 너는 아주 제대로 농담을 꽂았다.


"차도 씻고 엄마도 씻었네."


농담에서 마땅히 피어나야 할 웃음은 미흡한 구조보다 듣는 상대가 심드렁할 때 머물 자리를 잃는다. 그러니까 시원찮은 엄마 반응은 네 잘못도 농담 잘못도 아니다.


"차도 씻고 엄마도 씻었네."


혹시 엄마가 듣지 못했나 싶었는지 목소리에 한결 힘이 들어갔다. 엄마는 여전히 반응하지 않았고 웃음이 머물 자리는 형편없이 좁아졌다. 더는 시도하지 않아도 되겠다 싶었지만 너도 만만찮았다. 몸까지 바짝 붙여서 아주 또박또박 말하더구나.


"차도 씻고… 엄마, 내 얘기 들었어?"

"어, 들었어."

"그런데 왜 안 웃어? 차도 씻고 엄마도 씻었다는 게 안 웃겨?"


얘기를 들었다면 웃지 않을 리 없다는 자신감이 대견했다. 하지만, 손뼉 치고 호응하며 크게 웃는 분들이 따로 일당을 받는 이유가 있단다. 엄마는 그쪽 분야에서 아주 서툰 편이고. 어쨌든 아빠는 차도 씻고 엄마도 씻었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웃고 있다.




일곱 살 이야기를 매듭짓습니다. 곧 여덟 살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아이는 얼마 전 수학능력 시험을 쳤고 결과를 기다리며 여유로운 시간을 누리는 중입니다. 한결 발랄한 표정과 기운 찬 말투를 접하며 세상 모든 문제는 수능에서 비롯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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