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살 이예지 양
"엄마 자신, 나, 아빠 중에 누가 제일 좋아?"
엄마는 바로 답하지 못했다. 자기애와 모성애, 부부애까지 걸린 문제니까. 따지고 보면 이런 질문에 바로 답할 수 있는 어른도 몇 없다. 기껏 '똑같이'라거나 그런 거 왜 묻느냐며 문제를 문제 삼았을 것이다. 그래서 비범한 아빠가 나섰다.
"누구나 자신을 가장 좋아해야 돼. 자기를 좋아해야 뭘 하면 행복한지 알거든."
1위가 아니어서 당황했니? 잠시 생각하던 너는 2위가 사실상 1위인 것을 곧 파악했는지 바로 두 번째를 물었다. 가장 어려운 1위를 정해 줬으니 2위는 네 답을 먼저 듣고 싶었다.
"엄마와 아빠 중에 누가 두 번째인지 모르겠어."
곤란한 질문을 의문으로 받는 것은 대체로 좋은 대응이다. 특히 이런 서열 문제는 상대 반응을 먼저 확인할수록 유리한 게 맞다. 어쨌든 공은 다시 아빠에게 넘어왔구나.
"엄마는 확실하게 예지가 2등, 아빠가 3등일걸. 아빠는 먼저 만난 엄마가 2등, 엄마 덕에 만난 예지가 3등."
네가 모르겠다고 해서 절묘하게 종합순위를 맞췄다. '엄마도 아빠도 네가 2등'이라는 답이 가장 뻔하고 쉽겠지만 삶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너를 3등으로 두면서 이유를 덧붙인 마음도 헤아렸으면 좋겠구나.
"나는 엄마가 2등, 아빠가 3등."
그런 줄 알았지만 은근히 성깔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