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계획

열 살 이예지 양

by 이승환

네 방학은 부럽고 늘 부럽다. 그런 아빠 마음과 별개로 그 시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은 네 권리다. 한참 시간이 흘러 이 시간을 아쉬워하고 그리워하는 것 역시 네 몫이고. TV 앞에서 뒤척거리는 너를 보고 보람, 알찬, 의미 같은 것을 떠올리다 이내 지워버렸다. 막 아빠 일에 집중하려는 순간 네가 슬쩍 다가오더구나.


"아빠, 나 방학인데 아빠는 무슨 계획 없어?"

"아빠 계획은 취재도 하고 글도 쓰고 그런 거지 뭐."


호흡을 가다듬은 너는 다시 천천히 말했다. 엄마가 아빠에게 극적인 행동 변화를 강제하기 직전 말투가 딱 그렇다.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데도 긴장을 해버린 이유다.


"아빠 계획은 그렇고 예를 들면 방학 동안 가족이 여행을 떠난다거나."


엄마가 그러던데 '예를 들면'은 아빠가 너에게 자주 하는 말이라더라. 네가 관심 있는 그 계획은 엄마가 고민 중이다. 너는 예를 들면 어디로 가고 싶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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