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몇 개의 점을 이어..

영어, 책, 자기주도학습,체력.. 몇개의 점을 이어 선을 만들다.

by 고백맘

“5년 후를 그려 봐!

되고 싶은 자신의 모습을.

5년 후요?

전 아마, 애기 엄마가 되지 않았을까요?

별로 꿈이 없어요.

엄마처럼 가정을 꾸리며 살고 싶어요.

신랑 벌어오는 월급으로 한 달 열심히 살림하고,

아이 키우고..”



30년 전, 대기업에 다닐 때, 같은 팀 대리가 내게 해준 조언을

나랑 상관없는 말이 거니하고 흘려듣고서

그 말을 기억해낸 건 아픈 몸으로 자는 아이 얼굴 보며

이제 어떻게 살아야 되나를 고민하던 10년 전 어느 새벽이었다.



20대 때 5년 후를 그리며 계획을 세우고 살았다면 내 인생이 달라졌을까?

아마 달라졌지 싶다.

그땐 주위에 사람들이 넘쳤다.

든든한 부모님, 인성 좋은 친구들.

회사에선 새로운 업무를 맡으며 경험을 쌓고,

나를 성장시키던 시기였다.


일이 힘든 건 당연했지만,

20대의 어린 나는 그저 부모 등 뒤에서 편하게 살고 싶었다.

지금처럼 내 곁에 아무도 없고, 치매에 걸린 아빠를 간병하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


그땐 몰랐다.

좋은 어른들과 좋은 사람들이

언제나 내 곁에 있을 거라 믿었다.

대기업, 젊음, 돈, 자리,

그리고 곁을 채워주던 좋은 사람들.

그때는 너무 자연스러워서 이 모든 것이 “내 것”인 줄 알았고,

이제껏 흘러 온 인생처럼 편안히 살 줄 알았다.



감사함을 모르던 시절.

지금의 상처와 고단함, 이런 것들이

내 인생에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사람은 절대 처음부터 모든 걸 감사하며 살 순 없지만

그 시절의 소중함을 모르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깨닫는

우둔한 내가 원망스러웠다.


그때 더 성장하려고 애썼어야 했다.

나를 더 멀리 더 넓은 곳으로 보냈어야 했다.



결혼 후, 육아와 살림을 엄마 도움에 기대며

아이 키우는 게 힘들다며 투덜대던 난..

덜 자란 어른이었다.


먹는 거 대충 먹고 믹스커피로 한 끼 때우고,

운동 안 하고 자기 몸 관리 안 하면 이렇게 된다는 걸 누가 좀 알려줬으면

아프지 않았을까.

엄마가 남겨 놓은 제사와 가족들 돌보며 허겁지겁 사느라

내 몸 돌볼 틈이 없었다.




“엄마 품 떠나, 더 큰 곳에서 자신을 옮겨 심어야 돼!”

“뒤 돌아보지 말고, 멀리멀리 나아가~!”


고등 선택을 앞두고,

살고 있는 곳과 멀리 떨어진 특목고로 결정하고

딸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직 부모 손길이 필요한 나이지만,

좋은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더 넓은 세상에서 경험하고

진짜 자기가 꿈꾸던 삶을 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스티브 잡스가 ‘connecting the dots’라고 말하며 점과 점을 연결해

‘아이폰’을 만들었듯이….



둘째도

‘영어’, ‘책’, ‘자기 주도학습’,‘운동하는 공부방’,‘체력’ 등

몇 개의 점을 연결해 ‘00고’에 도전하며 자기 인생을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이어가게 길을 알려 주었다.



그리고, 그 연결고리는

절대 ‘공부만 잘해서’, ‘엄마가 밀어붙여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둘째의 인생에 한 점 한 점, 진심으로 애정을 쏟았기에

그 점들이 선이 될 수 있었다.


밤새 우는 아이를 안고, 토닥토닥 달래며

눈물을 삼켰던 순간들이 모여 애착이 되었고,

함께 운동하며 체력을 키우고,

책으로 사고력과 독해력을 키워

하나씩 쌓아 올렸던 그 과정이 학습의 뿌리가 되었다.


그렇게

아이와 내가 쏟아온 시간과 땀과 눈물이 쌓여

척박한 환경을 벗어날 수 있는 꿈이라도 꿀 수 있게 되었다.



내 딸은 나중에 커서

엄마가 없는 날에도

엄마처럼 주위 도움 받을 곳 없어 헤매지 말고,

외롭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