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책, 자기주도학습,체력.. 몇개의 점을 이어 선을 만들다.
“5년 후를 그려 봐!
되고 싶은 자신의 모습을.
5년 후요?
전 아마, 애기 엄마가 되지 않았을까요?
별로 꿈이 없어요.
엄마처럼 가정을 꾸리며 살고 싶어요.
신랑 벌어오는 월급으로 한 달 열심히 살림하고,
아이 키우고..”
30년 전, 대기업에 다닐 때, 같은 팀 대리가 내게 해준 조언을
나랑 상관없는 말이 거니하고 흘려듣고서
그 말을 기억해낸 건 아픈 몸으로 자는 아이 얼굴 보며
이제 어떻게 살아야 되나를 고민하던 10년 전 어느 새벽이었다.
20대 때 5년 후를 그리며 계획을 세우고 살았다면 내 인생이 달라졌을까?
아마 달라졌지 싶다.
그땐 주위에 사람들이 넘쳤다.
든든한 부모님, 인성 좋은 친구들.
회사에선 새로운 업무를 맡으며 경험을 쌓고,
나를 성장시키던 시기였다.
일이 힘든 건 당연했지만,
20대의 어린 나는 그저 부모 등 뒤에서 편하게 살고 싶었다.
지금처럼 내 곁에 아무도 없고, 치매에 걸린 아빠를 간병하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
그땐 몰랐다.
좋은 어른들과 좋은 사람들이
언제나 내 곁에 있을 거라 믿었다.
대기업, 젊음, 돈, 자리,
그리고 곁을 채워주던 좋은 사람들.
그때는 너무 자연스러워서 이 모든 것이 “내 것”인 줄 알았고,
이제껏 흘러 온 인생처럼 편안히 살 줄 알았다.
감사함을 모르던 시절.
지금의 상처와 고단함, 이런 것들이
내 인생에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사람은 절대 처음부터 모든 걸 감사하며 살 순 없지만
그 시절의 소중함을 모르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깨닫는
우둔한 내가 원망스러웠다.
그때 더 성장하려고 애썼어야 했다.
나를 더 멀리 더 넓은 곳으로 보냈어야 했다.
결혼 후, 육아와 살림을 엄마 도움에 기대며
아이 키우는 게 힘들다며 투덜대던 난..
덜 자란 어른이었다.
먹는 거 대충 먹고 믹스커피로 한 끼 때우고,
운동 안 하고 자기 몸 관리 안 하면 이렇게 된다는 걸 누가 좀 알려줬으면
아프지 않았을까.
엄마가 남겨 놓은 제사와 가족들 돌보며 허겁지겁 사느라
내 몸 돌볼 틈이 없었다.
“엄마 품 떠나, 더 큰 곳에서 자신을 옮겨 심어야 돼!”
“뒤 돌아보지 말고, 멀리멀리 나아가~!”
고등 선택을 앞두고,
살고 있는 곳과 멀리 떨어진 특목고로 결정하고
딸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직 부모 손길이 필요한 나이지만,
좋은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더 넓은 세상에서 경험하고
진짜 자기가 꿈꾸던 삶을 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스티브 잡스가 ‘connecting the dots’라고 말하며 점과 점을 연결해
‘아이폰’을 만들었듯이….
둘째도
‘영어’, ‘책’, ‘자기 주도학습’,‘운동하는 공부방’,‘체력’ 등
몇 개의 점을 연결해 ‘00고’에 도전하며 자기 인생을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이어가게 길을 알려 주었다.
그리고, 그 연결고리는
절대 ‘공부만 잘해서’, ‘엄마가 밀어붙여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둘째의 인생에 한 점 한 점, 진심으로 애정을 쏟았기에
그 점들이 선이 될 수 있었다.
밤새 우는 아이를 안고, 토닥토닥 달래며
눈물을 삼켰던 순간들이 모여 애착이 되었고,
함께 운동하며 체력을 키우고,
책으로 사고력과 독해력을 키워
하나씩 쌓아 올렸던 그 과정이 학습의 뿌리가 되었다.
그렇게
아이와 내가 쏟아온 시간과 땀과 눈물이 쌓여
척박한 환경을 벗어날 수 있는 꿈이라도 꿀 수 있게 되었다.
내 딸은 나중에 커서
엄마가 없는 날에도
엄마처럼 주위 도움 받을 곳 없어 헤매지 말고,
외롭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