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아이의 여름(2023.06-2023.08)
나는 아이에게 무례하다.
아이도 내게 무례하다. 어른한테 그렇게 얘기하면 안 돼! 나는 늘 이렇게 얘기한다. 감정 조절이 어려운 아이는 작은 일에도 쉽게 화를 낸다. 나는 상황을 설명하고 그렇게 하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친절하게 지치지 말고......
슬슬 지쳐간다. 원래도 다루기 까다로운 아이였지만, 아이가 클수록 다른 식으로 말을 듣지 않기 시작했다. 엄마의 말을 듣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 못 들은 척 하기, 거짓말하기, 빈정대기 등. 요즘엔 "짜증 나 죽겠네"가 입에 붙었다. "엄마를 죽여버릴 거야." 보다야 훨씬 낫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말이라 그대로 인정해주고 싶지만, 이 말은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 입에서 거센 강도로 터져 나온다. 나도 사실 짜증 나 죽겠다.
결국 등굣길, 또래 무리와 함께 가려고 기다리는 아이에게 "너는 친구들이랑 같이 가지도 않잖아."라고 말하며 비꼬고 말았다. 은근슬쩍 아이에게 강펀치를 날린다. 아이는 내 말엔 아랑곳하지 않고, 또래 무리를 기다리다가, 그 안에 끼지도 못한 채 내 옆에 머물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책에서 본 이야기들. 수학이나 과학과 관련된 지식들. 이런 대화는 재미없다. 갑자기 이런 말을 꺼내는 이유도, 자신이 많이 알고 있다는 잘난 척처럼 느껴진다. 나는 아이를 향해 다시 쏘아붙인다.
"너 친구들이랑 가려고 기다렸잖아. 왜 같이 안 가니?"
아이는 내 말을 잘못 알아듣고 "그럼 엄마, 혼자 가."라고 대꾸한다. 나는 엄마들 무리에 끼고, 아이는 친구들 무리 근처를 맴돌지만, 그 어느 누구에게도 말을 걸지 않는다.
나는 또 다른 의미로 아이에게 무례하다. 아이가 잘 못하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하지 못한다고 압력을 가한다. 아이가 싫어하는 말을 일부러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학습지를 풀다가 틀려서 "짜증 나 죽겠네."라고 말하는 아이에게 "다른 아이들은 틀려도 화내지 않고 끝까지 풀어."라고 비교질을 하기도 한다.
아이도 내게 무례하다. 아이는 내가 자신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분노와 짜증을 내게 표출한다. 이 둘 중 누가 더 잘못하고 있을까? 구분은 중요치 않다. 확실한 건, 내가 어른이라는 것. 이런 말은 진부하지만, 그래도 내가 어른이니까. 아이처럼 똑같이 행동하면 안 된다는 것.
오늘도 나는 브런치에 푼다.
나의 무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