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4 아이의 여름(2025.06-2025.08)
주기적으로 불안이 찾아온다.
주로 학년이 바뀌는 겨울, 이유는 비슷하다. 새 학기에 잘 적응할지, 반 친구들과는 어떻게 지낼지, 그중 친한 친구가 생길지. 이런 패턴에도 최근 변화가 생겼다. 바로 지금, 여름방학을 앞두고 나는 불안하다. 이유는 대부분의 부모가 할 법한 '우리 아이 공부는 어떻게 시켜야 하나!' 여기에서 공부가 지칭하는 것은 단연 수학이다.
수학 레이스가 시작되는 시기는 보통 초등학교 4학년, 공부에 뜻이 있는 아이라면 초4 때 초등수학을 마무리하고, 초5 때 중등수학을 시작하거나 아무리 늦어도 초6 때는 중등수학을 배워야 한단다. 이런 분위기에 휩쓸리고 싶지 않으면서도, 아예 모른 척하기도 힘든 일이어서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서 주 1회 수업하는 사고력 학원에 아이를 보냈다. 교과과정이 아닌 사고력과정을 선택한 건, 교과과정을 하는 학원이 대부분 주 2회 수업이었기 때문이었다.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이 약한 아이라 처음부터 무리를 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솔직히 아이가 가진 수학적 재능에 대한 믿음도 없지는 않았는데, 아이는 유치원부터 하던 방문학습지 수업으로도 학교 교과과정을 따라가는 데 무리가 없었다.
그런데, 여름방학을 앞두고 방문학습지 선생님의 몇 마디에 불안이 고개를 들었다.
"어머니, 이과에 진학해야 하는 아이고 그 가능성도 보이는데, 이제는 좀 빡세게 가르치는 학원에 보내야지요. 선행도 해야 하고요. 적어도 초등학교 6학년 때에는 중학교 과정을 다 끝내야 해요. 안 그러면 시간이 없어서 못해요."
아이를 높게 평가해준 부분이 고맙기도 했지만, 이후 이어진 말들이 내가 생각하던 방향과 달라 난감했다.
"이 근처에는 아이가 갈만한 학원이 없어요. 인프라 많은 학원가로 가서, 거기에서 가장 유명한 학원, 그중 탑 반에 아이를 보내야 해요."
초5 즈음 다니면 좋을 것 같아 기억해 둔 학원 몇 군데를 말했지만, 선생님은 굳이 초등학생들만 다니는 학원에 보낼 필요는 없다며, 중고등학생을 가르치는 학원에 가야 한다고 했다. 1,2년 후가 아니라 3,4년 후를 내다보라고. 가능하면 과학고나 자사고, 학습 분위기를 위해 적어도 외고에 갈 준비를 하라는 의미였다.
말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아이가 특목고에 가면 어떨까, 생각해 본 적 있다. 그럴 때마다 고개를 내저었는데 그건 내가 아닌 아이의 선택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혹여 아이가 원한다면 이에 대한 지원은 해줄 자신이 있었지만, 갑작스레 튀어나온 선생님의 '특목고'라는 한 마디에, 아이보다 한 발 앞서 준비를 해야 하는 게 부모의 도리가 아닌가 싶었다. 타이트한 학원에서 아이가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라면, 일단 한번 해보고 안되면 그때 생각하라는 선생님 말씀을 들으며, '내가 너무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있는 거 아냐'라는 생각도 했다. 동시에 몇 년 뒤 중학교에서 아이가 적응을 할 수 있을 지 걱정하며 대안중학교를 저울질하는 나도 참으로 모순이다.
초3부터 A문제집부터 B문제집, C문제집까지 나란히 섭렵하고 이제는 중등과정에 도전, 최종 목표는 특목고로 하고 있다는 맘카페의 글을 읽으며 스물스물 기어나오는 한숨은 어쩔 수 없이 내 몫이다. 대학 같은 거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이라고 되뇌지만, 결국 우리나라에서는 대학 나오는 게 중요하고, 대학 이름 또한 무시 못한다고 주억거리는 나를 보면서 내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본다.
언제나 그렇듯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맞는 길을 찾아 갈 뿐.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말자.
욕망에 흔들리지도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