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자유롭게

초4 아이의 겨울(2025.12-2026.02)

by 하이리



아이와 유독 자주 부딪히던
같은 반 친구가 있었다.



초등학교 입학 후 등굣길을 오가며 알게 된 엄마들 중 한 명의 아이였다. 가끔씩 시간을 내어 차를 마시는 정도의 사이. 아이가 3, 4학년이 되면서 이제는 그런 시간도 거의 사라졌지만 이전부터 나는 알고 있었다. 엄마들 모임에서 내가 배제되고 있다는 것을.


이유는 아마도 감정 조절이 미숙한 아이 때문일 것이다. 아이가 친구들 무리에 들어가기만 하면 사달이 났다.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내 아이는 같이 어울리기 힘든 존재가 되어버렸다. 나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나 또한 혼자였다. 특히 엄마들 중 나를 유독 불편해하는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현재 내 아이와 자주 부딪히는 친구의 엄마다.


이전에도 종종 느꼈지만 그녀의 아이와 같은 반이 된 이후로 불편함은 점점 더 커졌다. 혹여 다른 엄마들과 같이 만나더라도 그녀는 나를 바라보지 않았다. 둘이 대화를 나누는 일도 없었다. 내가 뭔가 이야기를 하면 얼굴을 찡그리며 그렇지 않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곤 했는데 그때마다 내 얼굴이 따가웠다. 나는 그 모임을 애써 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엄마들 모임은 사라지지 않고 근근이 지속되었다. 반년에 두어 번 정도의 느슨한 만남이기는 했지만 엄마들을 만나고 난 뒤 기분 나쁜 흔적이 오래도록 따라왔다. 찝찝한 기분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다. 솔직히 나는 그녀가 미웠다. 그녀도 비슷했을 것이다. 감정은 서로 느끼는 것이니까.


미움은 증폭되기 마련이다. 나는 그 감정을 남편에게 토로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전혀 가벼워지지 않았다. 미움 가득 먹은 솜뭉치처럼 질척거렸다. 길가에서 그녀가 있는 것을 보고 그녀를 마주치지 않기 위해 에둘러 다른 길을 간 것도 여러 번이었다. 도망자처럼 헐레벌레 움직이는 나를 보면서 더 이상 이런 식으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아이와 OO가 자주 부딪히는 건 알고 있었어요. 어쩌면 제 아이 때문에 OO가 힘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이가 감정 조절이 미숙해 주변 친구들을 불편하게 만들곤 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 부분에 대해서 계속해서 가르치고 있어요. 근데 그게 마음대로 안 될 때가 있나 봐요. 이렇게 말하는 게 큰 의미는 없겠지만 그래도 한 번은 만나서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어요."


이 같은 말이 그녀에게 어떻게 다가갔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아무 변화 없을 수도 있다. 오히려 그녀와의 관계가 더 어색해질 수도 있겠지. 그래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그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내가 갖고 있는 이 불편함의 실체를 마주하기 위해.



이제는 됐다. 나는 전보다 자유로워졌다.
지금은 내 아이와 나만 남았다.
아이와 함께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




매거진의 이전글균형, 아슬아슬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