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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디얼리스트 Jul 13. 2022

모난 원

날카로운 바늘을 꽂고 손잡이를 돌렸어

서서히 그려지는 원은 안전해

조심스레 빈 자리를 찾으면 겹치지 않게 그릴 수 있지


원을 많이도 그렸어

내 것을 알아보려면 표시를 해야 했지

다른 원이 덧씌워지는 건 참을 수 없어

나도 그들의 영역에 침범하진 않거든


손으로 그린 원은 못생겼어

모난 건 원이 아니야

난 아직 컴퍼스를 버릴 수 없어


동그랗게 원을 그리다 보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바늘 때문에 상처가 많이 났어

난 여전히 컴퍼스를 버리고 싶어


컴퍼스가 부러졌어

어쩔 수 없었어


고치지는 않아도 돼

내가 그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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