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도 너무 덥다! 맥주 한 잔이 너무나 간절해지는 요즘이다. 이럴 땐 몰캉스를 떠나야 한다.
집에 있으면 강려크한 전기 누진세에 에어컨 조차 맘껏 틀지도 못하니 도시의 원시인들은 신성한 몰(Mall)로 떠나야 한다.
그곳은 낙원, 젖과 꿀이 흐르는 낙원.
예수그리스도가 와인을 언약의 피라고 했을지라도 요즘같은 날씨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맥주다. 가슴이 시릴만큼 차가운 맥주!!! 그리고 이 신성한 몰에는 맥주의 축복을 쌓아 놓은 마트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낭패다. 맥주의 축복을 받기 위해 이곳까지 왔것만, 맥주의 종류가 많아도 너무 많다. 집앞 편의점이나 동네 슈퍼에서 살 수 있는 카쑤나 하잇투 또는 4캔 만원짜리 수입맥주 따위를 사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다.
오늘은 뭔가 특별한 축복이 필요하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으로 은혜를 받아야 한단 말인가.
비어둥절한 여러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특별하진 않아도 스페셜한! 고첼의 맥주 큐레이션! 맥주를 1도 모르는 맥주 어린이와 편의점 수입맥주 정도는 섭렵한 맥덕 준비생, 맥준생들을 위해서 각 단계별 추천 맥주를 준비했습니다.
맥주 어린이; 맥린이(초급)를 위한 맥주 추천: 자라나는 새싹. 여리~여리~ 한 입맛 때문에 쓰고, 시고, 향이 강한 맥주는 노노. 맥린이는 돈도 넉넉치 않아요!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좋은 갓성비 맥주를 추천!
필라이트: 무지하게 저렴쓰~하다. 말도 안되지만 12캔 만원! 하지만 말이 된다. 왜냐하면 필라이트는 엄밀히 따지자면 맥주가 아니라 발포주이기 때문에 세금이 저렴쓰하다. 맥주라는 타이틀을 받기 위해서는 맥아 함량이 10%를 넘어야 하지만 필라이트는 그 이하. 그래서 맥주가 아닌 발포주로 포함된다. 그 만큼 가볍고 편하게 마실 수 있다. 맥주 맛 잘 모르고 주머니 사정 여의치 않은 맥린이에게 이만한 맥주 맛 알코올~은 없다!!
카프리: 멕시코 국민 맥주 코O나가 연상되는 디자인. (솔까말 이건 벤치마킹이라기 보다는 카피에가깝다.) 강렬한 태양이 내리 쬐는 해변이 연상되는 디자인. 그 만큼 맥주 맛도 가볍고 목 넘김도 좋다. 누구든 부담없이 편하게 마시기 좋은 맥린이 전용 맥주로 추천!
P.S 카프리 마실 때 오렌지 조각이라도 주둥이에 껴놓고 마시자. 그리고 코로나를 세번 외치며 마셔봐라! 코로나랑 98% 유사한 기분과 2% 지지리 궁상을 느낄 수 있다.
칭따오: 양꼬치엔 칭따오로 굉장히 유명해진 맥주. 무미라고 할 정도로 깔끔한 맛이 인상적인 맥주.
640ml대용량 맥주도 국산과 가격차이가 크게 나지 않아서 맥린이들에게 적합한 맥주. 주로 기름지거나 매콤한 음식과 잘 어울리니 집에서 양념치킨이나 족발 같은 야식과도 궁합이 좋다.
-양꼬치나 중국요리 집에서 칭따오 640ml 7천원 이상 받으면 앵야치! 원가는 국산 맥주랑 크게 차이 안난다.
호가든: 맥주라고 생각하는 황금빛에 탄산과 보리향이 풍기는 것을 맥주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우리 맥린이들에게 강려크하게 추천하는 벨기에 맥주. 편의점 어디에서나 판매하며 기분 좋은 꽃향기가 은은하고 쓰지 않다. 비슷비슷한 페일라거 맥주가 맥린이들의 타입이 아니라면 무조건 호가든이다.
크로넨버그 1664 블랑: 호가든과 비슷한 스타일의 맥주. 하지만 풍기는 향은 더욱 풍부하다. 목 넘김도 너무 부드럽고 달다 싶을 정도로 쓴맛도 거의 없다. 심지어 맥주 병과 캔의 디자인도 감각적이다.
한 잔 마시노라면 왠지 모르게 맥주의 풍미를 알아가는 세련된 어른이 된 듯한 느낌이다.
-이 맥주를 1664나 블랑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이 맥주 브랜드네임은 크로넨버그다. 프랑스에서 만들어서 병이 프른가? 하하하하하하
맥준생(중급): 편의점 4캔만원 수입맥주정도는 종종 사먹는 분. 대형마트에 들리면 맥주 코너에서 5~6천원 대의 수제 맥주를 가끔 사먹는 분. 이자카야나 펍에서 한 두잔 정도는 8천원정도의 고가 수입, 수제 맥주를 드시는 분 이런 분들은 이제 어느정도 맥주의 쌉싸레함과 풍미를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진하고 다양한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는 수입 크래프트비어를 추천한다.
-여기서부터는 맥주 전문용어가 난무합니다-
3X Raid: 가성비 절대 값! 경리단 우리의 슈퍼라는 곳에서 1Pint Can(475ml)이 7천원.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맛과 용량을 비교 했을 때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니다. 홉의 향이 팡팡터지며 열대과일의 시트러스한 향과 맛이 일품! 한 모금 먹자마자 음~이건 최근 유행하는 뉴잉글랜드 스타일 IPA 군. 하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하지만 틀렸다. 이 맥주는 에일이 아니라 라거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이 사실을 알고 다시 한 모금 마시면 아~ 라거의 청량함까지 갖췄다는 느낌이 날 거다. 정말 가격과 맛 그리고 용량까지 완벽한 맥주가 아닐 수 없다.
듀체스 드 보르고뉴(Duchesse de Bourgogne): 중세시대 유럽의 화가가 그려 넣은 듯한 아리따운 여성이 병 레이블 한복판에 박혀있다. 레이블 디자인이 직관적이다. 맥주를 모르는 사람도 이 맥주병을 보면 와인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렇다. 이 맥주는 소위 와인맥주로 불린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맥주의 맛을 거의 찾을 수 없다. 굳이 따지자면 와인 맛에 훨씬 가깝다. 체리, 자두와 같은 진한 향과 새콤한 과일의 맛이 눅진하게 느껴진다.
이 맥주의 훌륭한 점은 이렇게 진한 과일향과 맛이 나면서도 알코올과 쓴 맛의 균형이 완벽에 가깝다는 것이다. 최근에 대형마트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게다가 용량도 다양하게 준비되어있다. 355ml 한 병에 대략 6~7천원선 750ml 병은 선물용이나 홈파티에 와인대용으로도 훌륭하다. 괜히 와인도 잘 모르면서 2~3만원짜리 와인사지 말고 듀체스 750ml 병으로 파티 분위기를 살려보자! 센스있다는 찬사는 당신의 것이다.
올드라스푸틴: 최순실 사건 때문에 유명해진 맥주다.
라스푸틴은 1900년대초 우리나라의 무당과 비슷한 편신교의 요승이었다. 당시 러시아의 황제 니콜라이2세의 신임을 얻어 최순실과 같이 비선실세가 되었다. 황제를 등에 업고 국정을 농단한 결과로 암살당했다. 재미있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이 맥주의 타입은 임페리얼 스타우트다. 기네스로 잘 알려진 맥주 타입, 스타우트보다 알코올 함량도 높고 맛과 향 모든 것이 강하다는 뜻의 임페리얼이 붙어있다. 그만큼 쵸콜릿향, 커피, 바닐라의 눅진한 향과 맛이 일품이다.
대형마트에 가보면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라스푸틴이란 요승의 암술처럼 칠흑 같은 맥주 빛깔과 강렬한 맛을 조금씩 음미해보면 그의 매력에 빠진 니콜라이 황제나 순시리 언냐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